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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언론 ‘제 눈에 들보’ 가려낼까

등록 2006-01-04 20:05

지난 연말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이 들끓으면서 언론들의 자기정화 능력의 미흡함도 논란거리가 되었다. 이 사건과 관련한 자사의 보도자세를 반성한 <경향신문> 12월17일치 사설(왼쪽)과 <중앙일보> 12월30일치 ‘2005 바로잡습니다’ 기사.
지난 연말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이 들끓으면서 언론들의 자기정화 능력의 미흡함도 논란거리가 되었다. 이 사건과 관련한 자사의 보도자세를 반성한 <경향신문> 12월17일치 사설(왼쪽)과 <중앙일보> 12월30일치 ‘2005 바로잡습니다’ 기사.
2006년부터 고충처리안·독자권익위원회 설치 등 옴부즈맨 강화

지난 10월22일 미국 〈뉴욕타임스〉의 빌 켈러 편집국장은 자사 기자들에게 “주디스 밀러 사건을 다루는 데서 잘못이 있었음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경향’ ‘헤럴드’ 등 일부 신문 ‘황우석 보도 반성’ 눈길
‘중앙’ 엑스파일 기사 반성 회피 “태생적 한계” 보여

켈러 국장은 이 이메일에서 “(백악관이) 주이라크 전 대사 조지프 윌슨을 흠집내기 위해 은밀히 정보를 흘리는 대상자 중 한 사람이 밀러 기자였다는 걸 알지 못했다”며, “〈뉴욕타임스〉가 독자에게 진실을 전하기보다 자사 기자를 보호하는 데 더 중점을 두는 게 아니냐는 인식을 심어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는 10월16일 밀러 기자와 이라크 침공·리크게이트와의 관계를 스스로 취재해 어떤 문제점들이 있었는지를 보도했고, 밀러 기자는 <뉴욕타임스>를 떠났다. 이런 고백적이고 자기비판적인 <뉴욕타임스>의 태도는 미국과 외국의 여러 신문에 보도됐다. <뉴욕 타임스>는 독자들과 세계 언론인들로부터 “역시 <뉴욕타임스>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연말을 뒤흔들었던 황우석 사건에서 한국 언론 대부분은 ‘진실 추구’라는 본래의 사명을 다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자신들의 보도 문제점을 고백·반성한 언론들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경향신문> <헤럴드경제> 등 일부 언론의 반성적 태도는 눈길을 끌었다.

<경향신문>은 지난 12월17일치 사설에서 “우리도 새삼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다. … 진실 추구라는 언론의 본령에 우리 스스로는 과연 충실하고 철저했는가라는 자문 앞에서는 적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 적어도 이번 ‘황우석 쓰나미’에 있어서 우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이라는 ‘국민정서’를 알게 모르게 의식했던 사실을 다시금 ‘커밍아웃’하고자 한다”고 고백했다.

<헤럴드경제>도 12월19일치 1면 장윤영 편집국장의 이름으로 자성의 글을 실었다. “그 와중에 언론의 참된 도리와 사회적 역할을 잠시 잊은 것은 아닌지 이 순간 뼈아프게 자성해 봅니다. … 진실추구와 ‘알권리’라는 명분 아래 하루하루 쏟아져 나오는 ‘검증되지 않은 얘기’들을 경쟁적, 자의적으로 보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언론 스스로 소모적인 논쟁을 부추긴 것은 아닌지 새삼 되돌아 보기도 합니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는 “황우석 사건 보도에 대해 덜 잘못한 매체들이 먼저 사과하고 더 잘못을 한 매체들은 그냥 넘어가는 이상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며 “언론들은 앞으로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잘못을 밝히고 독자와 사회에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자신들의 편파적인 보도에 대한 <중앙일보>의 핵심빠진 태도는 압권이었다. <중앙>은 12월30일치 4·5면에서 △황우석 △기생충 김치 △판교 분양가 등 보도에 대해 반성하는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정작 <중앙> 보도 가운데 가장 큰 잘못으로 지적받은 ‘엑스파일’사건과 관련해서는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는 “언론들이 회사 차원을 떠나 대승적으로 먼저 반성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나서야 언론과 한국 사회 전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중앙>의 태도는 사주에게 종속된 언론이 사주의 이익을 넘어서는 보도를 할 수 없다는 태생적인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행스런 것은 지난해 7월 발효된 언론중재법에서 주요 언론사에 의무적으로 ‘고충처리인’을 두도록 했으며, 신문법에서도 일간신문에 ‘독자권익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하는 등 ‘옴부즈맨’ 기능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고충처리인’은 △언론의 침해행위에 대한 조사 △사실이 아니거나 타인의 명예 등을 침해하는 보도에 대한 시정권고 △구제를 요하는 피해자의 고충에 대한 정정·반론보도, 손해배상 권고 △독자나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침해구제에 관한 자문 등을 하게 된다. ‘독자권익위원회’는 자문기구로 설치돼 편집·제작에서 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회의를 매달 1회 이상 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고충처리인’이나 ‘독자권익위’는 언론사들의 자기반성·비판 활성화나 신뢰 회복에 필요 조건일 뿐이다. 양문석 교육방송 정책위원은 “옴부즈맨 제도만으로는 언론들의 반복되는 일탈·범죄적 보도 태도를 바꾸기 어렵다”면서 “매체들이 자기·상호 비판 보도를 신문 1면·방송 뉴스 첫머리에 올리는 용기를 내야 조금이라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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