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한국방송>의 간판 뉴스 ‘뉴스9’의 메인앵커를 맡게 된 이소정 기자. 한국방송 제공
‘남오여삼’(남성 앵커 50대·여성 30대), ‘남선여후’(남성이 먼저 발언 뒤 여성 발언), ‘남중여경’(중요 이슈는 남성·가벼운 뉴스는 여성) 등 시대에 뒤떨어진 남녀 앵커의 고정적인 역할 개념이 깨진다. <한국방송>(KBS)이 간판 뉴스 메인앵커에 40대 여성기자를 첫 발탁했다.
<한국방송>은 “이소정 기자가 25일부터 ‘뉴스9’ 메인앵커를 맡는다”고 20일 밝혔다. 보도국장을 맡아 물러나는 엄경철 현 앵커의 자리를 이어받는 것으로 지상파에서 여성이 평일 메인 앵커를 맡는 것은 처음이다. <한국방송>은 여성기자 선정 배경에 대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시청자의 변화 요구를 과감히 수용하고, 시대적 감수성에 반응하는 뉴스를 제작하겠다는 혁신 의지를 공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자와 함께할 남성 앵커엔 최동석 아나운서가 선발됐다. 남녀 40대 앵커가 나란히 마이크를 잡아 그동안 극심했던 남녀 앵커의 나이 차도 해소하게 됐다.
이소정 기자는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과거 전통 뉴스에선 카리스마 있고 뭔가 많은 것을 알려줄 것 같은 앵커가 주류였다. 그러나 젊은층이 뉴스를 보지 않는 등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시청자와 함께 편하게 대화하는 앵커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많은 여성기자의 응원 속에 책임감도 크지만 남녀를 떠나 ‘젊고 친절한 뉴스’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존의 앵커보다 경험이나 지식 등에서 부족할 수도 있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관계나 집값 문제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해 중요한 정보가 뭔지 함께 공부해 가며 시청자와 소통하듯 친절하게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현장에서 직접 인터뷰도 하며, 라디오 출연이나 디지털 기사 작성 등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2003년 <한국방송>에 입사한 이 기자는 사회부, 경제부, 통일외교부 등을 두루 거쳤으며 , <미디어비평> 등을 진행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