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의 복수노조 중 한 곳인 1노조가 양승동 사장에 대한 신임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
한국방송 1노조 비상대책위원회는 추석 연휴 뒤인 16일부터 24일까지 전직원을 대상으로 양 사장의 신임 또는 불신임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11일 밝혔다. 최근 비상경영 계획안을 내놓은 양 사장에 대해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무능경영을 심판하겠다는 취지다. 이들은 모바일을 통한 투표에서 양 사장에 대한 경영과 방송 공정성에 대한 평가 점수와 신임 여부를 타진한다는 계획이다. 1노조 조합원은 1000여명으로 2000여명에 달하는 전국언론노조 본부노조에 이어 두번째로 규모가 크다.
사장 신임 투표는 노사 단체협약에 포함된 사항이 아니어서 법적 강제력은 없다. 지난해 4월 취임 뒤 12월 재임명된 양 사장의 임기는 아직 많이 남은 상태다. 한국방송 사장의 임면권자는 대통령이다.
1노조가 양 사장을 신임 투표에 올린 표면적 이유는 경영 적자, 편향적 보도 등을 내세우고 있으나 회사 쪽이 진행하는 지역국 기능조정 모델에 대한 반발에서 나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기술직이 대다수인 1노조는 지역 총국 중심으로의 을지국 통폐합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양 사장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여왔으나 사내에선 호응도가 떨어진 상황이다. 동력이 유지되기 힘든 한계에 이르자 신임 투표안을 꺼내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따라서 내부에선 사장을 끌어내리기보다 흠집내기에 초점을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회사 쪽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사장 신임투표는 노사간 신뢰를 해칠 뿐만 아니라 건전한 직장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대외적으로 공사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회사 쪽은 이어 “방송법에 따라 민주적 절차에 의해 임명되고 임기가 보장되는 사장에 대하여 신임투표를 강행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고자 한 방송법의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며 “또한 노사 간 합의를 바탕으로 노사 간 기본질서를 정한 공사의 단체협약은 방송의 공정성을 최대한 도모하는 한편 사장의 대표성과 경영권을 존중하여 본부장 신임투표만을 규정하고 있는바, 사장에 대한 신임투표는 이러한 단체협약의 정신에 명백히 위배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