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올 영업손실 1000억 예상
9월부터 조직축소 등 비상경영
경쟁력 없는 프로그램 과감 폐지도
9월부터 조직축소 등 비상경영
경쟁력 없는 프로그램 과감 폐지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상파 방송들이 다시 ‘비상경영’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채널 등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 광고 수입은 크게 줄고 제작비는 늘어가는 재정난을 타개하고자,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은 연간 500억~600억원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인건비·콘텐츠 축소 등 강도 높은 자구책에 나섰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비상경영의 절박함을 호소하나 안팎의 반발도 만만찮다.
제작비 많은 드라마 대신 예능 확대
노조엔 임금삭감 등 고통분담 요청 지난해 종편 4사의 제작비 합계와 엇비슷한 5934억원을 투자했으나 올해 상반기 영업 손실이 400억원대로 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문화방송도 8월부터 일반 경비 긴축, 프로그램 탄력 편성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연간 비용 절감 액수는 500억원대다. 회사 쪽은 19일 노조에 비상경영안 설명과 임금 삭감 등 고통분담 요청에 나섰다. 올해 하반기 예정의 신규채용도 한국방송은 유보, 문화방송은 10명 이내로 최소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방송, 문화방송 노조 모두 위기 상황엔 공감하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나 비전 제시 없는 몸집 줄이기엔 비판적 시각이다. ■ 월화 드라마 잠정 중단 한국방송 ‘비상경영계획 2019’의 콘텐츠 대책은 선택과 집중이다. 제작비를 일괄 삭감했던 과거와 달리 경쟁력 없는 프로그램은 퇴출하고, 핵심 콘텐츠엔 투자를 확대하는 안이다. 프로그램을 현행 대비 90% 수준으로 줄이고 빈자리는 재방송으로 채운다. 시사 프로그램인 <시사기획 창>과 <추적 60분>의 통합, <오늘밤 김제동> <아침뉴스타임> <24뉴스> 등도 가을 개편 때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메인 뉴스인 <뉴스 9>는 52시간제 도입 뒤 퇴근 시간이 빨라진 일반인들의 시청 패턴에 따라 전진 배치를 고려했으나 저녁 9시 현행 시작 시간은 유지하되 시간을 늘리는 안을 계속 논의 중이다. 고액 출연료와 작가료 등으로 거액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드라마도 도마에 올랐다. 가장 먼저 칼을 댄 것이 월화 드라마다. 이미 월화 드라마 대신 예능 프로그램인 <리틀 포레스트>를 편성해 방송 중인 <에스비에스>(SBS)에 이어 문화방송은 <웰컴2라이프>를 마지막으로 10월부턴 예능이나 교양 프로그램으로 대체한다는 구상이다. 한국방송도 축소안을 제안했지만 현업 부서인 드라마센터에서 현안 유지, 시간 축소, 폐지 등을 놓고 검토 중이다. 당장 일거리 축소를 우려한 외주 작가와 독립 피디 등은 “다시 길거리로 내모는 대량 해고의 전초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외주 제작사와의 상생을 강조하던 지상파 3사는 월화 드라마 향방에 대해 ‘폐지’보다 ‘잠정 중단’이라며 신중한 태도다. 그러나 시청률이 높아도 적자가 불가피한 드라마 시장의 왜곡된 구조에선 새로운 수익 모델이 절실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미디어 환경에 더딘 대응 더 문제
지상파들 근본위기 머리 맞대야 시청자단체들은 공영방송 프로그램의 공공성·다양성 훼손을 우려한다. 한석현 서울와이엠시에이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방송사들이 어려워지면 먼저 신규 콘텐츠를 줄이고 재방 비율을 높이려 한다. 콘텐츠 품질이 더 떨어지면 시청자가 멀어지는 악순환이 된다”며 “시청자와의 소통을 통해 등 돌린 자들을 어떻게 다시 끌어들일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도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 체제는 개성 없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에서 월화 드라마 축소는 동의하나 단막극 축소는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기에 반대다. 균형 있는 콘텐츠 편성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의 체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틀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방송 시청자위원회 위원장인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개별 방송사를 넘어선 방송 위기 상황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별도의 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위기 극복의 미디어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짚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