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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문학소년 최재봉, 문학기자 최고봉 되다

등록 2005-12-26 16:52수정 2006-01-20 17:39

[제2창간] 한겨레 스타 ④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책을 좋아했던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한때는 ‘문학소년’이어서 원고지에 끼적거리기도 했답니다. 1988년 공채 1기로 한겨레에 입사한 뒤 92년부터 13년째 문학면을 담당하고 있기도 합니다. 2002년 전문기자제가 도입된 뒤 지금까지 문학전문기자라는 직함을 갖고 있습니다. 그가 잘 쓰는 말은 ‘그때그때 달라요~’입니다.”

13년째 문학판 지킨 기자
윤대녕씨 결혼식 때 사회 보기도
하루 평균 1∼2권씩 독파
“공짜 책 읽는 즐거움보단 독자들에 정보 전달 부담…정작 읽고 싶은 책은 못보죠”

화려하고 재밌는 글 못 써 콤플렉스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최재봉 문학전문기자입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해 한때는 교수의 꿈을 키우기도 했지만, 그는 지금 한겨레에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일주일 내내 책과 씨름하며, 어떻게 하면 좋은 책을 더 많은 독자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말이죠.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책 한 권 추천해 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기도 합니다. 그에게는 ‘대략 난감’할 때죠. 이럴 때 그만의 필살기! “너무 좋은 책이 많아서…. 그때그때 달라요~”

그의 하루 일과는 책을 읽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하루에 평균 1~2권을 읽어야 문학면을 소화할 수 있으니까요.

“‘공짜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겠다’는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책임’이 뒤따르는 책읽기여서 썩 좋기만 한 것만은 아니에요. 순수하게 ‘즐기면서 하는 독서’가 아니라 책 내용을 꿰뚫는 것은 기본이고, 독자들에게 객관적인 입장에서 소개해야 하는 부담이 공존하는 책읽기를 해야 하니까요.”

또 신문에 다루게 될 신간 위주로 책을 읽다 보니까 정작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읽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답니다. 문학전문기자답게 문학에 대한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때로는 문학비평집 등도 읽어야 하고, 문학이 아닌 인문·사회·과학 등 다방면의 책을 읽어야 하지만, 기사를 써야 하는 본연의 업무 때문에 자칫 나태하면 책 선별의 폭이 좁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글을 ‘어렵다’고 평가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나 널리 알려진 작가의 책은 가능한 한 배제하기 때문에 책 선별에서도 독특하다(?)는 불평을 듣기도 합니다. 왜? 그에게 물었습니다. “대중성을 확보한 작가들의 작품은 굳이 신문에서 소개하지 않아도 많이 읽히고 팔리죠. 신문의 문학면이 궁극적으로는 독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이런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그는 종종 딜레마에 빠지곤 합니다. ‘글을 재미있게 쓰지는 못한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일종의 콤플렉스를 갖고 있습니다. 문학에 대한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서 그를 항상 고민에 빠지게 합니다. 화려한 수사를 활용해 그야말로 문체미가 살아있는 ‘술술~’ 읽히는 기사를 쓰고 싶은 욕심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현학적인 기사는 독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어요. 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놓칠 수 있거든요. 전문성을 살리되 쉽고 재미있게 쓰는 것이 제가 풀어야 할 숙제죠. 그러나 기사에 주관이 들어가 감정에 휩쓸린 ‘일독을 권한다’ 식의 기사는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놓칠 수 있고, 독자를 속이는 것이 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하지 않고 있어요.”

그렇다고 그의 기사가 단순히 책 소개에 머문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노벨문학상 발표 전인 지난 10월 이 상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는 작가 황석영과 시인 고은의 일화를 재밌게 소개하기도 했으며, 이달에는 문학도들에게 등단 기회를 제공하는 ‘신춘문예’ 제도의 문제점을 꼬집는 ‘틀 안에 갇힌 신춘문예’라는 칼럼을 쓰기도 했습니다. 작가들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신춘문예’ 등단을 꿈꾸는 문학도들이 많은 요즘이라지만, 문학계는 말 그대로 ‘불황’입니다. 한때는 몇십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들이 수두룩했었지만 요즘은 초판(3천부)만 팔려도 ‘선방’했다고 하고, 1만부 팔리면 ‘많이 팔렸다’는 분위기니까요.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신문도…”

강산이 한번 변하는 시간 동안 문학계와 교류하다 보니, “술이 늘어난 것” 외에 재밌는 일화들이 여럿 있습니다. 소설가 윤대녕씨가 결혼할 때 사회를 보기도 했고, 공지영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안도현 산문집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 김영현 소설집 <내 마음의 망명정부>의 발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KBS1 라디오 ‘이주향의 문화포커스’와 CBS 라디오 ‘김종휘의 문화공감’에서 문학과 문학계 소식을 전하는 메신저 노릇도 하고 있답니다.

문학전문기자에 걸맞게 작가 최재봉의 이름은 서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역사와 만나는 문학기행>, <간이역에서 사이버 스페이스까지-한국 문학의 공간 탐사>, <최재봉 기자의 글마을통신>을 썼고, <에드거 스노 자서전> 등을 번역했답니다. 아참, “여러분! 최재봉 기자를 아직도 영화평론가 하재봉씨와 헷갈리면 절대 안되삼~.” 곁들여, “그때그때 달라요~” 대신 그가 요즘 독자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대담>(도정일·최재천 저)과 깊이가 있으면서도 문장이 아름답고 시적인 노자의 <도덕경> 등이라네요.

김미영/편집국 온라인뉴스부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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