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한상혁(58)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진보 성향의 미디어 전문 변호사다.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전문위원, 한국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 시청자협의회 위원 등을 두루 지냈다.
전두환 정권 시절, 고려대 법학과에 입학한 1981년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학생운동으로 강제징집을 당했고 복학 뒤에도 민주헌법쟁취 노동자투쟁위원회 결성사건으로 투옥돼 고초를 당한 바 있다.
1997년 대선 당시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특정 후보와 검찰 사이의 관계에 대한 대화가 담긴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내부 문건을 문화방송이 실명 보도한 ‘삼성 엑스파일 사건'에서 문화방송 쪽 소송대리인을 맡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날 “방송·통신 분야 현장 경험과 법률적 전문성을 겸비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동시에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과 방송통신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여 방송통신 이용자 편익을 높여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관급인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한 후보자는 이날 발표한 내정 소감문에서 “변화의 중심에 선 방송통신이 국민의 소통 공간으로서 공공성·공정성을 확보하며,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을 저해하는 허위조작 정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고민하겠다. 아울러 급변하는 방송통신 환경에 맞춰 방송통신산업의 발전과 이용자 중심의 미디어 복지를 구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송통신 비전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신임 방통위원장의 자격 조건으로 ‘방송 개혁’에 대한 확고한 실천 의지를 최우선으로 꼽았던 언론단체들은 한 후보자의 지명에 긍정적 반응이다. 한 후보자가 방문진 이사를 하면서 보수정권의 방송 장악과 인사 개입 등을 목도했기에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등 언론 개혁에 대한 실행 의지가 높지 않겠냐는 기대도 있다. 방송통신 규제기관의 일원화 문제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1961년 충남 청양 △대전고 △고려대 법학과 △방문진 이사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