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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여제는 없다” 남성중심 용어부터 NO! 성평등 확산 나서는 언론들

등록 2019-06-25 18:32수정 2019-06-25 19:45

성평등센터·젠더데스크 등 설치

몰카→불법촬영으로 바꾸고
인물정보에서 ‘여’ 표기방식 버려

고정관념 타파 인사·채용 등 확대
성평등센터, 성평등위원회, 젠더연구소, 젠더데스크…

지난해 불어닥친 미투 운동 이후 구성원들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와 성평등 문화 확산, 젠더 이슈 발굴 등을 위한 언론사들의 전담기구 명칭이다. 언론사의 이런 제도적 개선 노력은 그동안 성역할 고정관념을 확대·재생산시켜온 미디어들의 콘텐츠 변화를 이끌어 우리 사회 성평등 정착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 성평등 실태조사로 출발

사회적 추세에 맞춰 가장 먼저 성평등 상설기구를 설치한 언론사는 <한국방송>(KBS)이다. 지난해 11월 사장 직속 독립기구로 성평등센터 문을 열었다. 센터장과 부장 등 상근직원 6명이 성폭력 사건이나 제도 개선, 교육 등을 맡아 지난 4월 성폭력 피해자 보호 방안 등이 담긴 성평등 기본규정을 마련하고, 전 사원 대상으로 성평등 실태조사도 준비중이다. 센터가 생긴 뒤 ‘집창촌’은 ‘성매매 집결지’로, ‘몰카’는 ‘불법촬영’ 등으로 방송 용어도 바뀌었다. 간부 인사, 방송 진행자·패널도 성별 균형을 찾도록 권유한다. 이윤상 성평등센터장은 “인사, 제도, 프로그램 등 모든 영역에서 성평등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인사정책에서 여성 관리자 임용 비율을 고려할 것 등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여성 출연진 확대를 위해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의 남녀 성비를 맞추는 ‘50 대 50 프로젝트’를 모델로 삼고 있다. 비비시는 지난해 4월 이 프로젝트를 도입해 여성 참여 비율을 50%로 높이는 실질적 개선을 이끌었다.

<문화방송>(MBC)과 <에스비에스>(SBS)는 노조 산하에 성평등위원회가 있다. 문화방송 노사는 지난해 2월 단체협약 체결 때 성평등과 모성보호와 관련한 조항을 만들어 육아휴직 기간을 1년에서 1년6개월로 연장했다. 에스비에스는 노조 내 여성위원회를 성평등위원회로 바꿔 인사·채용·출산육아·성폭력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특히 방송사에 많은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등에 대한 성차별 요소 배격과 제도 개선에 무게를 뒀다.

<서울신문>은 노사 합의로 성폭력 사건에 대처하는 성평등위원회를 도입한 데 이어 남녀 혐오나 담론 생산을 위한 젠더연구소를 지난 10일 설치했다. 대기자인 김균미 젠더연구소장은 “젠더 이슈가 지난해부터 뜨겁게 떠올랐는데 사회적 갈등 프레임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젠더 이슈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담론을 담아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공동기구 준비위 꾸려
방심위도 양성평등 심의 강화
성평등 문화 정착 긍정영향 기대

지난달부터 편집국 안에 젠더데스크를 둔 <한겨레>는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별세를 다룬 기사 제목에서 이 이사장을 ‘민주화의 큰누이’라고 표현했다가 내부 구성원들의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젠더데스크를 중심으로 의견을 수렴해 가족 중심, 남성 위주의 호칭을 바꾸기로 공식 결정했다. ‘스케이트 여제’ ‘은반의 여신’이라는 표현이나 여경, 여검사, 여기자 등 굳이 여성을 강조해 업적이나 전문성을 축소하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한 것이다. 국가 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여성에 대한 인물정보에서 ‘여’라고 병기하는 성차별적 표기 방식을 개선한 바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성평등 심의를 강화하는 추세다. 24일 전체회의에서 양성평등을 저해하는 내용을 방송한 <채널에이>의 ‘북미정상회담 특집 김진의 돌직구 쇼’(2월27일 방송)에 대해 법정제재인 ‘주의’를 결정했다. 이 방송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꽃다발을 건넨 베트남 여성을 두고 출연자가 “얼짱 대학생…김정은 위원장 갑자기 화색…리설주 여사가 함께 왔을 땐 이 대학생을 선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라고 말하는 내용을 내보냈다.

■ 언론사 간 정보 공유와 연대 모색

전국언론노조는 언론사에서 성차별·성폭력 문제 등이 발생하면 공동으로 대응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해 성평등위원회 발족 준비위원회를 꾸렸다. 언론노조 산하 150개 지부 가운데 여성 지부장이 있는 노조가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준비위는 지난 5월 전문가를 초청해 ‘성희롱 사건 대처와 성평등한 조직문화 만들기’ 교육을 수강했다. 이들은 성평등 관련 실태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언론들이 젠더 감수성을 높이는 것은 성차별 해소뿐 아니라 연령·지역에 따른 각종 차별과 위계적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짧은 호흡으로 그치지 말고 힘있게 진행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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