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가 18일부터 시작 시간을 30분 앞당겨 저녁 7시30분부터 85분(현행 55분)으로 확대 편성하는 개편에 나섰다. 이로써 현재 메인 뉴스가 9시대인 <한국방송>(KBS), 8시대인 <에스비에스>(SBS)와 더불어 지상파 3사가 7~9시대에 줄지어 포진하게 됐다. 저녁 시간대 지상파 메인 뉴스와 맞붙는 것을 포기했던 <와이티엔>(YTN)도 4월부터 새로운 앵커를 영입해 뉴스 해설 프로그램을 내보내며 승부수를 띄운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직장인들의 귀가 시간이 앞당겨진 데 따른 대응인데, 현재 이 시간대에 메인 뉴스를 방영하고 있는 <엠비엔>(MBN) <채널에이(A)>에 <문화방송>과 <와이티엔>이 가세하며 ‘메인 뉴스 7시대’가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 <뉴스데스크>는 왜 7시대로 옮겼나 1969년 개국한 문화방송은 이듬해 10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앵커가 진행하는 형식의 <뉴스데스크>를 시작했다. 처음엔 밤 10시에 시작했던 <뉴스데스크>는 1976년부터 9시로 1시간 앞당겨 한국방송과 함께 30년 넘게 ‘메인 뉴스 9시 시대’를 이끌어왔다. 문화방송은 2010년 11월 최일구 앵커를 투입해 주말 뉴스부터 8시대 진입을 시도한 뒤 반응이 나쁘지 않자 평일로 확대했다.
이번 개편을 앞두고 문화방송 내부에선 반발이 적잖았다. 지난 10년간 바닥으로 떨어진 신뢰도나 시청률이 순조롭게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제이티비시>(JTBC)의 <뉴스룸>(7시57분~9시27분)과의 전면전을 피하려는 고육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인력 충원 없이 방영 시간만 늘리면 뉴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대해 박성제 보도국장은 “18개 안팎인 뉴스 꼭지 수는 늘리지 않고, 선택과 집중을 해 다양한 시각으로 깊이 있는 해설과 분석을 하겠다. 심층 보도를 위해 전문가나 이슈 당사자를 출연시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8일 개편 첫날엔 전국 초등학교의 부실한 석면 관리실태를 고발한 ‘엉터리 석면 지도’를 내보낸 탐사기획팀장과 영상을 입수해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언제까지’를 취재한 현장 기자를 스튜디오로 불러 추가 질의를 했다.
문화방송 내부에선 9시대로 되돌아가자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7시대를 선택한 이유는 ‘저녁이 있는 삶’에 걸맞게 뉴스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이 힘을 얻었다. 문화방송은 에스비에스, 제이티비시 등이 8시 전후로 뉴스경쟁을 펼치는 만큼 그보다 더 빠른 뉴스로 이슈를 선점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또 저녁 7시대는 재난재해 발생 때 시청률이 가장 잘 나오는 시간대인데도, 그동안 지상파의 뉴스 사각지대였다는 점도 고려됐다. 물론, 7시대 뉴스 시장도 녹록지 않다. 종합편성채널인 채널에이의 <뉴스 에이>(7시20분)와 엠비엔의 <뉴스8>(7시30분)이 있고, 한국방송의 <뉴스7>도 메인 뉴스는 아니지만 종합뉴스로 진행돼 경쟁이 치열하다.
시청자들의 뉴스 시청 패턴을 보면, 낮엔 보도채널을 고정해놨다가 저녁이 되면 지상파나 종편으로 채널을 돌리는 사람이 많다. 이 때문에 지상파 뉴스가 고개를 드는 저녁이 되면, 보도채널은 메인 뉴스를 특별히 내세우지 않고 지상파 등과 맞붙는 전략은 가급적 피해왔다. 하지만 와이티엔은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 저녁 7시30분~8시에 시작하는 <뉴스사용설명서>(가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달 말 <시비에스>(CBS)에서 은퇴하는 변상욱 대기자를 영입해 시사 이슈의 맥락을 짚는 내용으로 4월1일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승호 와이티엔 보도혁신본부장은 “변 대기자의 경륜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뉴스를 쉽고도 깊이 있게 풀어주는 콘셉트를 제작진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드라마에 연동되는 뉴스 시청률 사실 메인 뉴스 편성 문제는 보도국 자체의 결정이라기보단 방송사 차원의 수익, 제작 여건 등에 대한 고려에서 나온다. 특히 방송사 간 시청률 경쟁이 극심한 드라마 시간대와 연동되는 경우가 많다. 문화방송과 한국방송의 투톱 경쟁 시절엔, 앞 시간대 드라마 인기에 따라 뉴스 시청률이 오르내렸다.
뉴스는 광고가 많이 붙지 않기 때문에 시청률이 높은 오락이나 드라마에 황금시간대를 내준 사례도 있다. 영국의 공영방송인 <비비시>(BBC)는 2000년 그레그 다이크 사장 때 30여년간 이어온 저녁 9시 뉴스를 밤 10시로 옮겼다. 처음엔 뉴스를 밀어내고 오락물을 편성한 데 비판이 쏟아지고 뉴스 시청률도 다소 떨어졌지만, 대폭 강화된 분석 기사와 앞 시간대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6개월 만에 시청률도 올라 현재 영국의 메인 뉴스 골든타임은 10시대로 유지되고 있다.
<뉴스데스크>의 전진 배치 역시 시민 생활의 리듬에 동조한 전략이라는 평가와 함께 뉴스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과제를 던진다. 기사를 빨리 내보낸다고 뉴스 파급력이 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본질을 정확하게 짚는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뉴스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방송사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보면서도 “지상파 티브이를 기다리지 않고 모바일로 소비하는 미디어 생태계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위근 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모바일 시대에 티브이 실시간 편성 정책은 큰 영향이 없다. 이용자를 해당 시간에 묶는 것보다는 플랫폼 전략에 따라 탐사 보도, 심층 보도에 더 집중하는 것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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