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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공영언론 4사, 적폐청산·자정 시스템 구축 ‘고삐’

등록 2018-12-26 05:00

MBC ‘정상화위원회’
기사 조작 기자·세월호 폄훼 간부 해고
취재원 공개여부 사규 보완 추진

KBS ‘진실과미래위원회’
심의실 제작 자율성 탄압사례 조사
국장 임면동의제·편성규약 강화

YTN ‘미래발전위원회’
자료 수집·범위 설정 등 논의
징계·해고자 등 명예회복 추진도

연합뉴스 ‘혁신위원회’
운영 6개월 만에 과거사 백서 발간
역사 교과서 기사 정부 개입 등 다뤄
올해 공영언론의 주요 과제는 과거사 청산이었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침해됐던 언론사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새 경영진이 들어서며 사내 기구를 구성해 불공정 보도와 부당인사, 인권침해 등의 사례를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섰다. <문화방송>(MBC) 정상화위원회, <한국방송>(KBS) 진실과 미래위원회, <와이티엔>(YTN) 미래발전위원회, <연합뉴스> 혁신위원회 등 언론사마다 기구의 이름이나 진행 상황은 서로 다르지만 언론에 재갈이 물렸던 지난 10년의 뼈아픈 시간을 되짚고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스템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 MBC, 허위 조작 막기위한 사규 보완 검토 올해 1월 출범한 문화방송 정상화위원회는 논란이 되었던 불공정 보도 가운데 법원 판결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재받은 사안 중심으로 90%를 조사했다. 조사결과에 따라 2012년 대선 때 ‘안철수후보 논문 표절 의혹’ 기사를 조작한 기자와 세월호 오보 보고 묵살 및 유가족을 폄훼했던 간부 등이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지난 5월 해고됐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불공정 보도 관련 조사도 마쳐 관련자 5~6명이 곧 인사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그동안 방송사 안팎에서는 위원회 활동이 미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문화방송 보도본부장인 정형일 정상화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관련자들이 ‘기억이 안난다. 밝힐 필요가 있으냐’ 등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진술을 강요하기 어려웠다”며 “그런 한계에도 대선이나 국정농단 관련 진실을 감추기 위해 어떻게 역보도를 하고, 고의적으로 불공정 보도를 했는지 등을 추적했다”고 말했다. 정상화위는 또 허위 조작 기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취재원 공개 여부에 대한 판단은 회사에 따르되 기록은 남기도록 사규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KBS 자체 블랙리스트 공개, 편성규약 강화 한국방송의 진실과미래위원회는 그동안 <시사기획 창>의 ‘친일과 훈장’ 편 제작 방해 및 불방 사건 등 6건을 발표하고 한국방송판 블랙리스트도 공개했다. 최근엔 심의실의 제작 자율성 탄압 사례와 노조 활동을 인위적으로 제한한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고서를 10편 정도 제출했다.

진미위가 조사를 하면 회사는 그 결과에 따라 인사위에 징계를 신청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하지만 보수성향의 공영노조가 낸 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여 징계가 보류되는 등 진미위 활동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한국방송 부사장인 정필모 진미위원장은 “조사 자체는 자세히 이뤄졌다. 그런데 이사회의 소수 이사, 공영노조, 1노조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보복 프레임으로 정치적 공세를 펼쳐 조사 실효성을 거두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진미위는 어떤 경영진이 들어서도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내외부의 압력 등을 저지하기 위해 편성 규약 강화와 국장 임면동의제를 제도화한다는 방침이다.

■YTN, 10월부터 활동 시작 보도전문채널인 와이티엔은 최남수 전 사장이 내정자 신분이었던 지난해 말 노조와 ‘와이티엔 바로세우기 및 미래발전위원회’ 설치에 합의하고 올 1월 기구가 발족됐으나 정찬형 사장이 들어선 뒤인 10월8일에야 인선과 함께 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구본홍씨가 낙하산 사장으로 내려온 뒤부터 최근까지 벌어졌던 공정방송 훼손 및 권력 유착 행위와 인사 전횡 등을 조사하는 게 주요 목표다. 지금까지는 노조에서 집중적으로 제기했던 불공정 보도 사안을 추리고 조사 범위 설정 등을 논의했다.

기술국 부장인 조상헌 미래발전위원장은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 당시 책임을 졌던 보도 총괄자 등이 퇴사자가 많아 어려움이 있겠지만 공추위 자료 등을 참고해 최대한 조사하겠다”며 “세월호, 국정원 댓글, 삼성 이건희 성매매 동영상 등 불공정 보도나 누락 등이 가장 큰 안건이다. 또 2008년 공정방송 투쟁에 나선 구성원들의 대규모 징계와 해고 문제에 대한 조사와 명예회복도 주요 과제”라고 짚었다.

■연합뉴스, 과거사 백서 발간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전 경영진 시절의 불공정 보도와 인사 폐단을 바로잡고 콘텐츠·조직 혁신 등을 위해 지난 5월 혁신위원회를 발족했다. 연합뉴스는 지난 10월 <과거사 백서>를 출간했는데 여기엔 ‘이건희 성매매 동영상’ ‘장충기 문자’ 사태 등 삼성 관련 불공정 보도, 보수단체 편향 논란, 메르스사태 정부 책임 축소 보도 지시 등 민감한 안건들을 두루 다뤘다. 박근혜 정부 때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두둔하는 기사를 시리즈로 쏟아냈던 연합뉴스는 조사를 통해 정부 고위 관료가 편집국장 직무대행의 사무실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홍보자료를 전달하는 등 정부 개입과 친정부적인 회사 논조가 구성원들에게 큰 압박감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한민족센터 고문인 이희용 혁신위원장은 “보도를 특정 방향으로 몰아간 것도 문제지만 주요 사건을 누락한 것도 문제였다.반성과 성찰을 위해 출발했지만 옛날일을 끄집어내어 분란을 일으킨다거나 보복조처라는 평가나 결과에 대해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긴 하나 과거사 정리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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