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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손바닥 위 ‘스카이라이프’…통일시대 대비 공공성 ‘휘청’

등록 2018-12-12 05:00수정 2018-12-12 08:04

‘위성방송 역할 강화’ 토론회

KT가 장악한 지배구조
스카이 지분 49.99% 최대주주
올레TV, 위성방송 가입자 빼가고
사장 내부승진 등 경영자율성 침해

공적 책무 날아간 ‘스카이’
산간오지까지 한반도 전역 서비스
남북 방송교류 중심축 떠올랐지만
현실은 KT 수익창출 도구로 전락

전문가들 “경영자율성 확보가 답”
“공영방송이 KT 지분 더 매입하고
합병심사 때 경영독립 점수 더 줘야
국회·정부, 미디어정책 큰 그림 필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한반도 평화시대, 위성방송의 위상과 역할 강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한반도 평화시대, 위성방송의 위상과 역할 강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반도 평화시대에 남한뿐 아니라 산악지역이 많은 북한을 비롯해 주변국까지 방송 수신이 가능한 위성방송이 남북한 방송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중요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유일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가 유료방송 1위 사업자인 케이티(KT)의 계열사로 편입 뒤 수익성 제고에 내몰려 공공성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시대, 위성방송의 위상과 역할 강화 방안’ 토론회에선 애초 위성방송 출범 때의 ‘통일 지향적 매체’로서의 공적 책무가 훼손되고 있다며 공기업·공공기관의 참여로 공공성을 강화한 위성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통일’을 지향하며 만들어진 매체였는데… 이날 발제를 맡은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최근 남북관계가 발전하며 통일에 대비한 방송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과거 독일도 그랬지만 분단국의 방송은 민족통일에 기여했는데 우리 방송은 통일문제에 소극적이고, 제대로 된 통일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못하고 있다”며 “애초 위성방송 도입 때 통일 지향적 매체라는 점이 제시됐지만 그 취지는 퇴색됐다”고 짚었다. 그는 위성방송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자율적 경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 공존시대에 적합하도록 위성방송의 소유 지분 다양화가 필요하다. 관광공사나 토지주택공사, 한전, 철도공사 등 공기업이나 공적 기관들이 위성방송 지분을 매입해 케이티의 독주를 막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1년 국민의 정부에서 국책사업으로 시작한 위성방송은 ‘난시청 해소’, ‘통일 대비 방송서비스 구축’, ‘고품질의 디지털 콘텐츠 제공’ 등 공적 책무 수행을 전제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해 2002년 3월부터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 개국 당시에는 1대 주주로 케이티의 지분이 23%, 2대주주인 <한국방송>(KBS)이 13%,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위성방송은 지상파나 케이블방송이 해소하지 못하는 산간 오지 등 난시청 지역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를 통해 시청자의 미디어 접근성을 보장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한반도 전역과 주변국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2002~2008년 초까지 북한의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특구 등에서 위성방송 서비스가 제공된 적이 있다.

■ “위성방송 ‘초심’으로 돌아가려면 경영 자율성 확보가 우선” 다채널·디지털·양방향성·광역성 등의 서비스로 꿈의 방송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출발했으나 스카이라이프는 출범 10년 만에 경영위기를 겪게 됐다. 이명박 정권 때인 2009년 대기업의 방송 소유 지분을 33%로 제한하는 규정을 완화하는 방송법 개정이 이뤄지자 1대 주주인 케이티는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주식을 전량 인수했고, 2011년 3월 ‘케이티스카이라이프’로 사명을 바꿨다. 현재 케이티의 지분은 49.99%로 최대주주다.

케이티가 스카이라이프의 지배구조를 장악하면서 벌어진 문제는 위성방송 가입자 축소와 경영 자율성 침해 등이다. 스카이라이프가 케이티로 편입되면서 케이티는 위성방송과 브이오디(VOD) 서비스를 결합한 올레티브이스카이라이프(OTS)를 활용해 영업을 해왔는데, 오티에스 가입자들의 약정기간이 만료되면 오티에스 상품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아이피티브이와 인터넷을 결합한 올레티브이(OTV)로 변경할 것을 권유하며 “곶감 빼먹듯” 스카이라이프 가입자를 빼왔다. 이때문에 오티에스 상품 가입자는 2014년 233만8천명에서 2017년 6월 현재 194만1천명으로 감소한 반면, 올레티브이 가입자는 같은 기간 467만9천명에서 618만5천명으로 늘어났다. 스카이라이프 쪽은 오티에스와 관련해 ‘기가지니’를 적용한 상품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케이티 전·현직 이사들이 주축인 이사회는 지난 6월 그동안 견제와 균형을 위해 케이티 출신이 아닌 사장을 선임했던 관례를 깨고 이번엔 케이티마케팅부문장을 지냈던 강국현씨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최근 케이티는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케이블방송 딜라이브를 인수·합병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방송계에선 케이티가 미디어 거대 공룡을 꺼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 심사를 의식해 직접 나서는 대신 위성방송을 통해 딜라이브를 인수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동찬 언론개혁연대 사무처장은 “스카이라이프를 내세워야 하는 이런 행태야말로 스카이라이프가 케이티에 종속되어 있다는 방증”이라며 “인수합병 심사에서 지배구조 개선이 선결조건이 돼야 한다. 심사 때 경영 독립성 점수가 높게 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인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케이티의 지분이 확대되면서 스카이라이프가 대기업 수익 창출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며 “케이티의 지분을 수신료로 운영하는 한국방송 등 공영방송이 더 매입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카이라이프 노조는 공적 플랫폼으로서의 위성방송 출범 당시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장지호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지부장은 “남북 평화시대를 맞아 위성방송에 걸맞는 새로운 역할 등을 수행할 수 있을지 중대 기로에 서있다. 공공성 복원으로 케이티스카이라이프를 묶고 있는 대주주 케이티의 사슬을 풀지 않는 한 위성방송 미래는 없다”며 위성방송에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는 만큼 방송법 개정과 유료방송 등 미디어 정책에 대한 큰 그림에 대해 국회와 정부가 답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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