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일 <티브이조선><채널에이><제이티비시><엠비엔> 등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출범한 지 7년을 맞는다. 방송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종편이 방송시장에서 안착한 만큼 신규 방송사업자에게 주었던 의무송출제도 등 특혜환수에 나섰다. 지상파 방송과의 비대칭 규제를 해소해 공정경쟁 구도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종편에 부과된 특혜는 의무송출과 황금채널, 미디어렙, 방송발전기금 등이 있다. 우선 종편의 의무송출이 다음달에 폐지될 예정이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 흑자전환 속 공정방송 논란 여전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개국한 종편은 막말·편파·왜곡 등 선정적 보도와 시사토크 프로그램으로 저널리즘을 훼손하며 ‘사회적 흉기’라는 오명까지 들었다. 종편 선정을 앞두고 방송계에선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하나 또는 둘 정도만 가능하다는 견해가 우세했지만 방통위는 조·중·동과 매경 등 4대 보수신문이 대주주인 종편들을 무더기로 뽑고 무한 경쟁에 내몰아 최악의 정책적 실패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종편들은 의무송출과 지상파 근처의 황금채널 등 특혜에 힘입어 시청률과 매출 등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방통위의 2017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을 보면, 종편 4사의 방송사업 매출은 모두 7272억원으로 전년과 견줘 1400억원 늘었다. 영업손익도 540억원이 증가한 148억원으로 흑자전환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광고 매출은 4004억원으로 전년과 견줘 1123억원(39%)이 늘어 2107억원(-13%) 감소한 지상파 방송과 대조를 보였다.
객관적 수치로는 시장에서 안착했지만 제이티비시를 제외하곤 방송의 공정성과 공적 책임 외면, 종편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시사·보도 위주의 불균형한 편성, 빈곤한 콘텐츠 투자 등으로 방송 저널리즘 측면에서 아직 멀었다는 반응이 많다. 막말 방송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잇단 제재 등으로 일부 개선됐다 해도 북한 관련 내용이나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태도에선 여전히 편향성을 고집하고 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최소한 상식을 갖춘 매체로서 건전한 수준의 언론으로 경쟁해야 하는데 보수 성향의 국민만을 바라본 채 방송의 공정성이나 헌법 가치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짚었다. 손쉽게 만드는 오락적 요소의 정치 토크쇼 양산은 지상파에까지 번져 방송의 하향 평준화를 이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특혜 환수 또 다른 혜택되나 방통위가 먼저 칼을 빼든 종편의 특혜는 의무송출 제도이다. 의무송출은 방송의 공익성과 채널 다양성을 고려한 시청권 보장을 위해 케이블방송, 아이피티브이,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에게 우선적으로 채널을 꽂으라고 강제하는 제도이다. 무료서비스인 지상파 방송도 법적으론 <한국방송1>(KBS1)과 <교육방송>(EBS)만이 대상이고, <한국방송2>(KBS2)와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는 포함되지 않은 만큼 전형적인 종편 특혜다.
방통위는 종편의 의무송출 제도 개편 방안을 12월 중으로 확정해서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7월 외부 전문가 11명이 참가한 협의체에서 다각적 논의 뒤 다수가 폐지에 찬성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12월 중으로 방통위의 최종안이 확정되면 과학기술정통부와 협의를 거쳐 시행령 개정 작업에 들어간다.
방송시장 안착 속 저널리즘은 표류
황금채널 등 지원받고 성장했지만
선정적 보도·여론 왜곡 콘텐츠로
보수 시청층만 공략 공정성 무시
특혜 환수? 남의 속도 모르고
방통위, 의무송출 제도 회수하려니
플랫폼 사업자 “재송신료 요구 우려”
종편 영향력 ‘슈퍼갑’ 보수신문 눈치
공정경쟁 과제는 첩첩
종편 1사-1미디어렙 체제 허물고
심사 기준 미달 땐 ‘봐주기’ 없어야
의무송출 환수에 대해 언론단체와 학계에선 대체로 긍정 평가이지만 사업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제이티비시를 제외한 종편들은 “정부에 비우호적인 일부 종편 길들이기 아니냐”며 반발이 거세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뒤에 영향력 높은 슈퍼갑 보수신문들이 버티고 있는데 “이제와서 종편을 어떻게 빼냐”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플랫폼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진 의무 편성이어서 프로그램 사용료 명목으로 지불했지만 종편들이 앞으로 더 높은 대가의 수신료를 요구하면 지상파 방송처럼 매년 재송신 협상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특혜를 거둬내며 되레 종편에게 새로운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방통위의 종편 특혜 환수작업이 생색내기로 그치지 않기 위해선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 대행사) 개선 등 실질적인 공정경쟁 구도가 뒤따라야 한다. 출범 초기에 광고 직거래를 하던 종편은 2014년 보도와 광고의 칸막이 구실을 하는 미디어렙을 도입했지만 ‘1사 1렙’으로 사실상 직접 영업과 다를 바가 없다. 그동안 기자의 광고영업 관여 또는 광고주가 방송편성에 개입한 정황들이 드러나 미디어렙사가 제 구실을 못한다는 비판이 높았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광고홍보학)는 “지상파 방송이 하는 지역방송들과의 결합판매 등 공적 책무가 없이 보도와 연계 판매나 불투명한 협찬 등으로 미디어렙법 취지가 허물어지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종편으로 왜곡된 미디어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선 재승인 심사도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종편은 그동안 두번의 재승인 심사가 있었다. 2014년의 첫번째 심사에서 일부 부적격 논란 속에 모두 승인돼 ‘봐주기’라는 비판이 이어졌고, 2017년 두번째 심사에서도 티브이조선이 기준점수에 미달됐으나 조건부로 통과됐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앞으로 재승인 심사를 강화해서 다음엔 점수가 미달인 종편사는 탈락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