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한 50대 남성, 아름다운 30대 여성’이라는 공영방송 내 비현실적 조합의 남녀 앵커가 도마위에 올랐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양승동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가운데 공영방송 남녀 앵커의 고정 역할에 문제를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양 사장에게 뉴스 큐시트를 보는지 여부와 경영진 간섭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양 사장으로부터 “안 본다. 취재 및 제작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라는 답을 들었다.
이 의원은 ‘국민의 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남오여삼, 남선여후, 남중여경’으로 일컫는 남녀 앵커들의 고정 역할에 대해서 보정 조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남성 앵커는 50대, 여성 앵커는 30대이고, 남성이 먼저 발언 뒤 여성 앵커가 뒤이어 발언하고, 중요한 이슈는 남성이 하고, 가벼운 이슈는 여성이 맡는 방식을 바꿔달라고 주문하는데 이를 외압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그는 시대착오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며 “남녀 앵커 나이 차가 평균 17살이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만 앵커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오도된 인식을 줄 수 있다. 검토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여성 앵커의 뉴스 보도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뉴스보단 외모에 기대는 관행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지적은 뉴스 보도에서 여성 앵커가 미모에 힘입은 구색맞추기 차원이 아니라 뉴스 가치 판단과 결정 등에도 직접 참여의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티브이 화면에 나오는 기상캐스터도 남성이 드문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기상캐스터를 관음 대상으로 바라보면 안 되지 않겠느냐”며 남녀 구별 없이 콘텐츠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지상파 인력 유출의 심각성도 제기됐다. 이 의원은 “한국방송의 피디들이 다양한 경험 뒤 상업방송으로 나가고 있어서 인력 유출문제가 심각하다. 한국방송이 공사 조직이어서 제작 자율성과 유연성 문제, 성과에 대한 보상 문제 등이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필요하면 규정을 고쳐서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껏 길러서 상업방송으로 내보내는 사관학교 구실을 해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 양승동 사장은 방만한 조직 운용과 관련한 질의에 대해 내년 3월쯤 인적 개편 등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문화방송>(MBC)의 12월 대규모 명예퇴직에 이은 구조조정으로 방송사들이 몸집줄이기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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