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배수로 압축된 <한국방송>(KBS) 전·현직 출신의 사장 후보자. 왼쪽부터 김진수 해설국장, 양승동 사장, 이정옥 전 글로벌전략센터장. KBS 제공
<한국방송>(KBS) 차기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한국방송 이사회가 27일 시민자문단이 참여하는 후보자 정책설명회를 연다. 후보자는 지난 22일 이사회에서 3배수로 압축한 김진수 해설국장과 양승동 현 사장, 이정옥 전 글로벌전략센터장으로 모두 한국방송 전·현직 출신이다. 후보 압축 다음날인 23일, 한국방송 과거청산 기구인 ‘진실과미래위원회’ 사무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를 놓고 사장 선거를 겨냥한 ‘정치 수사’라는 비판이 확산되는 가운데 후보 가운데 1명이 음주운전 이력이 밝혀져 시민들이 어떤 후보에 한국방송의 미래를 맡길지 주목받고 있다.
이사회가 후보 11명을 서류 심사하는 과정에서 고위 공직자 임명에 저촉되는 등 결격사유가 심각한 후보 배제 여부를 놓고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3배수에 들어가면 소명을 받고 시민자문단에게 알리는 것을 조건으로 표결에 들어갔다. 결국 3명의 후보 중 2번이나 음주운전하다 적발됐던 이가 포함됐다. 이사회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논의했으나 부적격 논란이 일었던 후보도 정책설명회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이사는 “창피하다”고 토로하는 등 이사회가 불공정 심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언론단체들은 내편, 네편을 따지는 이사들의 정치적 편향에서 자유로운 시민자문단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짚는다.
김진수 국장은 1987년 한국방송에 기자로 입사해 중국 상하이 특파원과 해설위원을 지냈으며 사장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옥 전 글로벌전략센터장은 <동양방송>(TBC) 기자 출신으로 1980년 언론통폐합으로 한국방송으로 옮겨 프랑스 파리 특파원,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등을 거쳤다. 지난 2월 사장 선거에서도 3배수 후보에 들었던 바 있다. 지난 4월 취임한 양승동 사장은 1989년 한국방송에 피디로 입사해 <추적60분>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사장 취임 뒤 공정보도와 제작 자율성 등 공영방송 개혁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 후보들을 평가할 시민자문단은 지난 2월 양승동 사장 선임 때 첫 번째로 도입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번 147명에서 이번에 170명 규모로 확대된 시민자문단은 성별, 나이, 거주지 등 인구통계학적 요소를 고려하여 구성됐다. 이들은 이날 낮 12시부터 한국방송 별관 스튜디오에서 후보들의 정책 발표를 듣고 평가에 나선다.
설명회는 3개 세션으로 나눠 1세션은 한국방송 독립성과 공공성, 공영방송 철학 등을 주제로 후보자 한 사람당 10분씩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두 번째 세션은 한국방송의 경영과 미래 전략으로 15분씩 발표한다. 세 번째 세션은 후보 간 상호토론 시간으로 24분이 할당됐다. 각 세션마다 시민자문단이 시청자를 대변해 질의한다. 시민자문단의 평가는 공영방송 철학 및 비전 등 다섯 가지 항목을 5점 척도로 평가한다. 12시에 시작한 평가는 오후 6시30분쯤 마무리되는 빡빡한 일정이다. 이들의 평가서는 후보자들 입회하에 밀봉돼 한국방송 신한은행 금고에 보관 뒤 31일 이사들의 면접 점수와 합산해서 최종 후보자가 선정된다. 시민자문단 평가와 이사회 면접의 비중은 4대 6이다.
시민자문단 진행에 문제가 없도록 전문자문단도 운영된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김영원 숙대 통계학과 교수가 참여한다. 한국방송 이사 11명도 이날 정책설명회에 모두 참관할 예정이다. 후보자 정책설명회는 한국방송 홈페이지 등을 통해 생중계된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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