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노위, 징계사유 해당하지만 해고처분은 가혹한 처사
<세계일보>가 용산 시티파크 시행사로 참여하면서 얻은 10채를 직원 몰래 사장과 전·현직 임원에게 특혜분양됐다는 것을 폭로해 지난 9월15일 해고된 남창룡 전 세계일보 기자에게 원직 복직의 길이 열렸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7일 세계일보의 남 기자 해고를 징계사유나 절차 등에 있어 정당하지 못한 ‘부당 해고’로 인정, 원직에 복직시키는 한편 해고기간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지노위는 남 기자가 지난 8월과 9월 사내 전자게시판에 올린 글은 기자의 양심에 따라 시티파크 특별분양과 전매이익금 분배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한 것으로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노위는 “게시글에서 사용한 용어가 매우 자극적이고 지나치게 풍자적이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감을 느끼게 한 사실도 인정되므로 이를 징계삼는 것은 정당하다”면서도 “입사 이후 징계전력이 없고 기자로서 양심에 따라 글을 게시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징계파면이라는 가장 무거운 처분을 한 것은 사유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이라고 판결했다.
지노위는 “남 기자가 게시한 글에서 직원을 실명으로 거론한 적이 없고, 사실에 근거한 것을 풍자해 쓴 글이므로 특정인을 모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글의 내용이 세계일보 경영진이 부정을 저질러 부도덕한 것처럼 묘사돼 있어 일부 임직원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고, 상사의 지시에 불응하는 등 사내질서를 문란케 했으며, 정상적인 근무시간에 정체불명의 조직 결성을 선포하는 등 직무를 태만했다고 하는 사실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회사쪽 주장도 함께 인정했다.
남 기자는 고발장에서 “지난 8월과 9월 사내 전자게시판에 올린 글에는 경영진과 직원의 실명을 거론한 바 없고, 게시한 글은 모두 사실에 근거한 풍자로 임원들의 부도덕성과 부정부패 방지 차원에서 기자라는 소명의식에서 작성한 것으로 판단돼 사내 질서를 문란케 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근무시간에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취업규칙을 위반했고, 면담지시를 거부했다는 세계일보쪽의 해고 사유와 관련해서도, “기자는 업무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며, 남 기자는 글을 게시한 날 인터뷰 및 행사 기사, 인물광장, 독자페이지, 부음 등 200자 원고지 25매 분량의 기사를 출고했다”며 “회사가 면담을 요구한 8월16일 남 기자는 외부에서 취재 중이었고, 8월17일에는 취재 중 서둘러 회사로 복귀한 후 면담을 기다렸으나 회사쪽이 면담 약속을 어겼으므로 면담지시를 거부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계일보는 “정상적인 근무시간에 정체불명의 조직을 결성하는 등 직무를 태만했으며, 8월23일 면담에서 회사쪽 상황을 설명한바 있다”며 “인사위원회에서 소명기회는 의무사항이 아닌 임의사항이며, 그 기회를 부여했고 충분히 소명의 기회를 줬지만 남 기자는 인사위원회 자체를 무시하고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았다”며 남 기자의 주장을 반박했다.
지노위, “징계해고는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이 큰 경우만 허용해야”
지노위는 판정문에서 징계해고의 경우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해져야 정당성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비위행위 동기와 경위,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치 영향이나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 기자는 지난 8월16·22일, 9월8·11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세계일보가 시행사로 참여하면서 롯데건설로부터 받은 용산 시티파크 10채가 직원 몰래 사장과 전·현직 임원에게 특혜분양됐다”며 “회사 공유재산으로 특별분양받은 시티파크 10채를 전·현직 간부들이 가져간 것은 언론사로서 부도덕하고 부당한 행위이며, 하루 빨리 회사 재산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해 9월15일 파면됐다.
남 기자는 이에 불복하고 지난 10월4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사광기 세계일보 사장, 이동한 부사장, 김찬호 상무, 홍대기 총무국장을 고발했다. 이 사건은 10월8일 <한국방송> ‘미디어포커스’에 방영된 뒤 19월9일 <세계일보>가 지면을 통해 “미디어포커스가 왜곡·편파보도했다”고 입장을 밝히고, 이어 남 기자가 <세계일보> 알림이 “자신을 명예훼손했다”고 맞받아쳐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졌다.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남 기자의 원직 복직에 손을 들어줌에 따라 <세계일보>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한편, 세계일보 기획실 관계자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전문을 받지 못했다”며 “전문을 확인한 뒤 남 기자의 처리문제나 대응방안 등을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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