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10일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차기 이사 9명과 감사 1명을 선임했다. 문화방송 구성원들과 시민사회가 공정방송 훼손 등 정치적 편향성과 자질 문제로 강하게 반대했던 인물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어 후보 24명 가운데 △강재원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김경환 방문진 현 이사 △김도인 문화방송 전 편성제작본부장 △김상균 방문진 현 이사장 △문효은 이화여대 리더십개발원 지도교수 △신인수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 △유기철 방문진 현 이사 △최기화 전 문화방송 기획본부장 △최윤수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 등 9명을 11기 방문진 이사에 선임했다고 밝혔다. 감사에는 김형배 전 <한겨레> 논설위원이 임명됐다. 이들의 임기는 13일 시작돼 3년 뒤인 2021년 끝난다. 이사장은 앞으로 열릴 이사회에서 이사들 호선으로 결정된다.
새 이사진이 구성됐으나 잡음이 나온다. 전국언론노조의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던 최기화·김도인 두 사람이 새 이사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김재철·안광한·김장겸 등 전 사장 체제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최기화 전 본부장은 박근혜 정권 때 보도국장으로 편파·왜곡 보도를 주도하며 공영방송을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자사 보도를 비판한 노조의 보고서를 찢어버려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권 때 편성제작본부장을 지낸 김도인 전 본부장은 국정원이 작성한 문화방송 장악 문건에 따라 김미화·윤도현 등 블랙리스트 방송인 퇴출에 앞장선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이런 인물들을 놓고 찬반이 엇갈려 이날 회의 때도 고성을 주고받다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국 무기명 투표로 이사 명단을 확정했다.
방통위는 그동안 이사진 구성 과정에서 정치권에 휘둘리던 관행을 버리고 공모 절차를 밟는 등 국민 의견을 수렴해 검증을 거치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심이 나온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방통위는 자유한국당의 압력에 굴복해 후보 검증 의무와 독립적 이사 선임 권한을 내팽개쳤다”며 최기화·김도인 이사 선임 취소를 촉구했다. 241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도 성명을 통해 “방통위는 방송 정상화, 적폐 청산이라는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정치권과 결탁해 위법한 관행으로 방송 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다”며 “자기 권한과 책무를 포기한 방통위원들은 위법한 선임을 당장 원천무효화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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