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격적 사건에 언론들의 경쟁적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주검을 이송하는 장면까지 생중계하며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종합편성채널(종편)의 행태에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티브이조선>의 <보도본부핫라인>은 이날 오후 1시에 방송을 시작해 ‘고 노회찬 의원 시신 이송’을 생중계했다. 중계차가 경찰차량 및 구급차량을 쫓아가는 생중계 화면을 방송에서 보여준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종편 보고서에 따르면 이 화면은 약 3분25초간 이어졌고, 이후에도 티브이조선은 ‘시신 이송 생중계’를 각 1분씩 총 3차례를 더 보여줬다. 시신 이송 생중계를 6분30초 가량 총 4차례 한 것이다.
민언련은 “타인의 고통과 참담함을 흥미 위주로 소비하는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 특히 티브이조선이 개국 때부터 버리지 못한 악습이 재차 불거졌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방송은 뉴스의 내용보다 ‘그림’을 원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지만 이번 보도는 영화속 차량 추격전을 떠올리게 하는 무의미한 구급차 추격에 불과한데 고인의 죽음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시청률을 높이려는 저급한 생각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 장면이 국민의 알권리도 아니고 공익을 위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티브이조선은 이날 방송 내내 ‘고 노회찬 의원 시신 구급차로 병원 이송 중’이라는 자막을 띄우며 굳이 ‘시신’을 강조한 부분도 비판의 대상이다. 티브이조선은 또 구급차 창문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기도 했다. 창문은 선팅이 돼 있어서 내부가 보이지는 않지만 고인이 있는 구급차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카메라를 들이댄 것으로 보인다.
사건 발생 현장의 화면을 크게 노출한 것도 문제다. ‘조금 전 투신 현장’이라는 자극적인 자막과 함께 사건 현장 주변에 모여든 경찰 병력과 구급대원, 취재진 등 인파를 보여준 화면이다. 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천막을 설치해 임시로 주검을 보호했는데, 티브이조선은 이 천막을 최대한 클로즈업해서 3차례나 보여줬다. 민언련 보고서는 각 1분씩 총 6차례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티브이조선은 이 방송에서 보도 초반에 노 의원을 발견한 아파트 경비원의 “피를 많이 흘렸어요. 와이셔츠에 바지 차림이었어요. 완전히 의식이 없었어요”라는 인터뷰를 보여주며 현장을 상세히 묘사했는데 이 또한 방송 규정 위반이다. 또 방송 후반부에 ‘불법 자금 의혹 및 인생 역정’을 다루며 ‘노회찬의 비극적인 최후’라는 상단 자막을 썼다. “그 돈은 받았지만”이라는 ‘대담 제목’의 소제목으로 여러 개 자막을 띄웠는데 ‘드루킹과 정의당의 악연’, ‘노회찬의 비극적인 최후’ 등 선정적인 내용으로 고인의 인권도 침해했다.
고인의 주검 이송을 생중계하거나 고인의 주검을 화면에 노출하는 행태는 모두 관련 규정 위반이다. 방송심의규정 제38조의2(자살묘사)는 “방송은 자살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거나 자살의 수단·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서는 아니 되며”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보건복지부·중앙자살예방센터가 2013년 9월 제정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은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를 최소화해야 한다”, “자살과 관련된 상세 내용은 최소화해야 한다”라고 권고하고 있는데 이를 모두 위반한 것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이날 노회찬 의원 사망과 관련해 구체적 보도 자제요청을 하는 이메일을 언론사들에 보냈다. 불안감과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의 자제를 요청한 것이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