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41개 언론시민단체가 참여한 방송독립시민행동(시민행동)은 23일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진행중인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관련해 ‘적폐 청산’ ‘방송 개혁’ 등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부적격자 후보를 탈락시킬 것을 촉구했다.
시민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을 관리감독하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후보자 75명에 대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집중 검증 뒤 한국방송 이사회 후보 7명, 방문진 후보 8명 등 모두 15명이 부적격 후보자라며 이들의 명단과 검증내용, 근거자료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국민 의견으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부적격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보들에 대해선 “과거 업무상 횡령과 배임, 공적자산 사적 유용 등 비위행위와 양성평등 침해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이들이 절반에 해당하고, 방송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침해한 전력이 있는 후보자도 다수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정권의 방송장악에 앞장서거나 민주적·다원적 가치를 배척하고,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자질조차 갖추지 못한 인사들이라며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서 원천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행동은 공영방송 이사 자격조건과 검증 기준으로 △방송의 독립성 △공영성 △여론다양성 등 10대 원칙을 제안한 바 있다. 이 검증에 참여했던 최정기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은 “도덕성이나 법 위반 등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아 10대 원칙이 무색할 정도”라며 함량이 부족함에도 지원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 ”임명직이고 정치권과의 교감이 있으면 쉽게 선임되는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다만 시민행동은 이들의 명단은 언론과 일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해당 후보자들이 외압이라 주장하며 선임 과정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행동의 공영방송 이사후보 검증결과, 후보 연령대는 6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방송 이사회 49명 가운데 31명(63%), 문화방송 방문진 26명 가운데 12명(46%)이 60대였으며, 평균 연령은 각각 60.63살, 58.15살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신지역은 한국방송 이사회 후보는 서울·광주전라·대구경북 순이었으며 방문진은 서울과 광주전라가 각각 8명씩으로 공동 1위였다. 양쪽 모두 강원지역은 한명도 없었다.
그동안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방통위에서 여야 정치권의 추천을 받아 정치권의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돼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아왔다. 시민행동은 이번에도 정치권 외압이 있는 인사는 탈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때 취약하다고 평가받아온 성평등, 지역대표성 구현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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