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 시민행동’이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영방송 이사의 조건에 대해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다음달로 임기(3년)가 만료되는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을 관리감독하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방통위)가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개입 차단을 촉구했던 언론시민단체들이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부적격 후보를 걸러내겠다며 검증에 돌입했다. 방통위는 지난 13일 한국방송과 방문진 이사 공모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시민사회에선 공영방송의 정상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선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에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지 않도록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왔다. 방송법엔 근거 조항이 없지만, 그동안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여야 7대 4(한국방송), 6대 3(방문진)으로 구성돼 이사회가 ‘이념의 전투장’으로 전락한다는 비판이 높았다.
한국방송 이사 후보엔 모두 49명이 지원했다. 기자·피디·아나운서 등 한국방송 출신이 20여명이다. “동성애는 더러운 좌파”라는 혐오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조우석 이사가 연임에 도전했다. 9명을 뽑는 방문진 이사엔 모두 26명이 지원했는데 문화방송 출신이 12명이다. 기자에게 욕설과 부당노동행위로 논란이 되었던 최기화 전 보도국장도 출사표를 던졌으며, 지난 경영진 때 ‘사내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한 이유로 지난 5월 해고된 최대현 아나운서도 이름을 올렸다. 여성 지원자는 한국방송 7명, 방문진 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지난 16일 방통위 홈페이지(www.kcc.go.kr)에 후보자들의 주요 경력과 업무수행 계획서 등을 올리고 20일까지 국민 의견을 받는다. 전국 24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 시민행동’(시민행동)도 이날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공영방송 이사의 조건’이라는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에 나선 박태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은 방통위의 밀실 심사가 되지 않도록 “후보자 추천부터 평가·선임까지 모든 과정을 공개적으로 진행하고, 투명성 보장, 이사후보 선임의 전문성, 확실한 검증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행동은 이사 자격과 검증 기준에 대해 다원적 가치, 성평등, 노사관계 이해 등 10가지를 제안했다. 19일까지 시민 제보센터(www.b-act.kr)를 운영한 뒤 20일에 방통위에 검증 결과를 전달할 예정이다.
각사 노조들도 별도 검증에 나섰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는 △성별·지역별·연령별로 다양성 확보 △한국방송 구성원들에게 신뢰받는 인물 △정치권과 친분관계 배제 등을 내세우며 지원자들의 과거 행적, 발언, 경력 등을 철저하게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문화방송 본부노조는 특히 연임을 반대하고 있다. 김연국 본부장은 “공영방송 이사가 연임하면 인맥을 형성해 인사에 개입하는 폐해 등이 많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 이사회가 50대 남성 중심으로 성비·연령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점도 주목했다.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특정 성이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제한할 필요가 있다. 또 이사진이 다양한 세대로 구성될 수 있도록 만 39살 이하에겐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글·사진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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