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가 20일 서울 중구 언론회관 사무실에서 언론사 장시간 노동 관행을 철폐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문현숙 선임기자
전국언론노조가 신문·통신사들의 ‘주 52시간제’ 시행을 열흘 앞두고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등이 기자들 업무와 연관된 ‘출근 전 브리핑’ 등 불필요한 관행을 선제적으로 없애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20일 서울 중구 언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문·통신사의 장시간 노동 관행 철폐를 요구했다.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신문사와 뉴스통신사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52시간제를 적용받는다. 지난 3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최장 근로시간을 주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정하고 기업규모·업종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언론사의 경우 신문사·통신사들은 다음달인 7월1일부터 시행해야 하고, 이번에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방송사는 내년 7월1일부터 시행된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들의 건강권, 일과 가정의 양립, 행복 추구권을 위해 개정됐으나 법 시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언론사들의 대책 마련이 미흡하자 언론노조가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날 “우리나라는 과로사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노동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 특히 언론사는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이 높다. 가정을 포기하고 오로지 일에만 몰두하도록 강요받는다. 사쪽이 내놓는 재량근로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 또 언론사 개별 매체로는 그동안 취재나 제작관행에서 쉽게 바뀌지 않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언론노동자들이 노동시간이 단축될 수 있도록 정부공공기관이 앞장서야 한다. 휴일 또는 평일 오전 9시 이전에 브리핑하는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언론 노동자들 노동시간 단축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사들은 과감한 조처도 시도한다. <서울신문>은 7월부터 토요일치 신문을 내지 않기로 했다. <중앙일보>는 격주로 주 4일과 주 6일 근무를 번갈아 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언론사의 잦은 야근에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지 않는 낡은 관행도 철폐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인 한대광 <경향신문> 지부장은 “이번 법 개정의 취지는 주 40시간제 정착으로, 연장 근로에 대한 근태관리 시스템도 제대로 정비돼야 한다. 인력 충원이 돼야 이런 문제들도 개선된다. 최근 사내 조사에서 스포츠부의 야구담당 기자는 주당 80시간까지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성재 <한국일보> 지부장은 “현실적으로 7월이 되면 언론사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다. 노사가 긴밀하게 협력하며 보정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쪽잠을 자며 장시간 일하는 수습기자들의 처우도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형우 <서울신문> 지부장은 “언론노동자들의 사명의식을 넘은 노예의식을 타파할 때가 되었다. 견습(수습) 때 하루 3시간 자고 경찰서 돌며 일주일에 주 100시간 일했다. 왜 스스로 노예를 만들었을까 돌아보게 된다. 견습기자부터 52시간 노동제가 적용돼야 한다. 사회정의도 좋지만 인간적으로 살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지난 15일부터 주 52시간제 시범실시에 나섰다. 홍제성 연합뉴스 지부장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시작했다. 이달초부터 노사가 실무협의에 나섰다. 새로운 경영진이 시범실시에 의지를 갖고 동의했다. 오후 6시면 귀가할 시간이라고 퇴근 독려방송도 한다.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좋은 콘텐츠 생산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언론노조는 경제 매체 등 일부 언론에서 사회 혼란이나 실패론을 앞세워 노동시간 단축을 폄훼하며 ‘사용자 편들기’에 치중하는 보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노동시간 단축도 중요하지만 저녁밥이 없는 저녁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실질 임금의 축소를 경계했다.
글·사진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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