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팀, 폐간된 지역신문 296곳 분석
권력 감시 없어 지역주민도 세 부담 커져
권력 감시 없어 지역주민도 세 부담 커져
권력을 감시하며 민주주의 발전에 역할을 해왔던 종이신문이 디지털 시대에 사양산업이라는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지역신문의 존재감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지역신문이 사라지면 지역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돼 지역주민에게도 세금 부담이 커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신문협회는 미국 노터데임 대학교의 펭지 가오 교수,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교의 창리 교수·더모트 머피 교수가 지난달 8일 지역신문의 존폐가 해당 지역의 재정에 영향을 끼친다는 주제로 발표한 연구논문을 14일 소개했다.
연구팀은 1996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에서 폐간된 신문 296개사의 204개 지역의 재정 상황을 분석한 결과, 지역신문 폐간 이후 지역 정부의 비용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재정 상황도 악화된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정부 감시견 역할을 하는 지역신문이 폐간된 지역의 장기 대출비용을 추적한 결과, 정부의 장기 대출비용이 늘어 납세자들의 부담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대출기관은 지역신문이 폐간되는 것을 보고 해당 지역에 돈을 빌려주는 것에 위험 요소를 느낄 것이고, 이에 따라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또 “지역의 임금, 고용, 1인당 세금, 사채 만기일 전 상환 및 협상비용 등 정부의 비효율성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역신문이 지역 자본시장의 재무 건전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팀은 2009년 폐간된 덴버의 <록키 마운틴 뉴스>의 사례를 추적하여 예로 들었다. 이 신문은 연방기금 감사 의혹 등 지역 정부 관련 소식을 광범위하게 다루는 매체였다. 연구팀은 이 신문이 발행되던 시기와 폐간된 이후 세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조사한 결과, “신문이 사라진 뒤 새로 발행된 지방채권 가산금리가 연 37bp(basis point. 이자율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최소의 단위. 1%는 100bp이고 1bp는 0.01%임) 증가했다”며 “이 신문이 감시견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의 공동저자인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의 창 리 교수는 “지역신문이 폐간될 때 정치나 사회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논문은 이미 발표된 바 있지만 지역신문 폐간이 지역 주민에게 재정적 부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밝힌 연구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가오 교수도 “지역신문은 온라인이나 전국 뉴스 미디어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중요하고 특별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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