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정보학회, 지상파 방송산업 노동실태 조사
지난 10년간 임금수준·노동강도 부정적 수치 커져
민영방송·비정규직·지역방송 등 근무조건 더 열악
“노동조건 개선 위해 재허가 심사때 반영” 제안
지난 10년간 임금수준·노동강도 부정적 수치 커져
민영방송·비정규직·지역방송 등 근무조건 더 열악
“노동조건 개선 위해 재허가 심사때 반영” 제안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교육방송>(EBS) 등 전국 지상파 방송사 종사자들은 다섯명에 한명 꼴로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사는 그동안 노사 합의로 노동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 특례업종이었지만 다음달부터 주 68시간(주40시간+연장근무 12시간+휴일노동 16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내년 7월부터는 주 52시간을 준수해야 함에 따라 대책 마련에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 융합 정책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언론정보학회가 조사한 것으로 최근 공개된 ‘지상파 방송산업 노동실태 조사’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지상파 방송의 기자, 피디, 아나운서, 제작 관련 부서 종사자 8550명을 대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근로여건 차이, 종사자들의 조직 만족도, 공공성 인식, 고용형태, 임금조건 등 지상파 방송의 노동실태를 온라인과 오프라인 조사를 통해 최종 983명의 응답을 받아 분석한 것이다. 응답자의 소속 방송사는 한국방송 본사 14.8%(145명), 문화방송 본사 12.9%(127명), 에스비에스 9.7%(95명), 지역 케이비에스 7.2%(71명), 지역 엠비시 33.3%(327명), 지역민방 19.4%(191명)이다. 직종은 기자 15.3%(150명), 피디 21.3%(209명), 아나운서 3.5%(34명), 제작 관련 37.1%(365명), 기획·제작 지원 등 22.5%(221명)이다.
지난 10년간 지상파 방송들은 임금수준과 노동 강도에 부정적 수치가 많고 심리적 탈진과 직무 만족도 등 주관적 근로여건 평가에서도 악화됐다는 평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바일과 아이피티브이(IPTV) 부상, 종합편성채널 도입 등 미디어 대격변기에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언론 장악과 맞물려 정권에 종속된 경영진의 부당 노동행위에 따른 전반적 근로 악화로 풀이된다. 연구는 열악해진 지상파 방송사 전반의 노동 건전성 제고를 위해 방송평가와 재허가 심사에서 노동 문제를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연구의 자료 수집기간은 2017년 12월 18일 ~ 2018년 1월 17일이고, 무작위 추출을 전제했을 때 95% 신뢰 수준에서 조사 표본 983명의 최대 허용 표본 오차는 ±3.13이다.
연구팀은 “조사 시기가 지상파 방송들이 노조 파업 이후 교체 시기로 응답률이 저조했다”고 밝혔다. 유효 응답 수인 모집단의 10%는 넘었으나 각 방송사별 방송직군 종사자 수의 10%를 넘지 못하는 직군도 있어서 지상파 전체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방송사 노동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사실상 첫번째 조사로 이목을 끈다.
응답자들의 평균 업무 시간은 ‘40시간 이하’ 9.9%(97명), ‘40시간 초과 52시간 이하’ 71.0%(698명), ‘52시간 초과’ 18.5%(182명)였다. 응답자의 40.9%는 전반적으로 노동시간이 길다고 답했다. 월 평균 임금 총액은 ‘피디>아나운서>기자’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1주일 평균 업무 시간은 ‘기자>피디>제작관련’ 순인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사 직군에서 기자직은 노동시간은 가장 길고, 임금은 가장 적게 받는 열악한 직종임이 확인됐다. 실제로 대학가에서 언론고시반을 꾸려 1순위로 지원했던 기자직이 갈수록 외면받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비슷한 일을 해도 임금과 처우에서 차별을 받는 것은 언론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개별 방송사들이 비정규직 관련 근로기준법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프리랜서나 자영업처럼 운영하고 있거나 비정규직 채용 때 제대로 된 계약서조차 없는 경우도 있어 제도의 취약함이 드러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에 대한 평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는데, 정규직에서는 응답자의 27.5%가 임금수준이 높다고 평가한 반면, 비정규직에서는 응답자의 1%만이 임금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정규직은 18.5%가 임금수준이 낮다고 응답했고, 비정규직은 74.7%가 임금수준이 낮다고 답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별 대우받는 불평등 부분에선, 임금 격차가 59.8%(489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다음으로 불안정성과 해고 위협 21.0%(172명),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 10.6%(87명), 조직 내에서의 직권 차이 6.7%(55명), 기타 1.0%(8명), 폭언·위협 등의 차별적이고 모욕적인 대우 0.9%(7명) 등으로 조사됐다.
1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에스비에스 등 민영 방송사가 공영 방송사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영과 민영 방송사 모두 1주일 평균 ‘40시간 초과 52시간 이하’의 업무시간에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으나 ‘40시간 이하’에서는 공영 방송사가 11.1%인 것에 견줘 민영 방송사가 7.7%로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보였고, ‘52시간 초과’에서는 공영이 15.9%로 민영 방송사 25.4%에 비해 낮은 비율을 보였다.
지역방송이나 지역민방들은 노동시간 등 객관적 시간 지표에서는 수도권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 탈진이나 직무 만족도에서 크게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경영진이 제작이나 보도 관련해 노동조건 개선에 관심이 적어서 갈수록 작업환경이 열악해질 것을 종사자들이 우려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 책임자인 이상기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방송사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열악한 실태에 안타까워하고, 비정규직은 자신들이 얼마나 핍박을 받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공영방송 등 노동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방통위가 방송사들 재허가 심사에서 노동 문제를 반영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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