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등 언론시민단체 26곳은 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송법 개정안이 여야 협상 과정에서 ‘거래 대상’으로 전락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와 미디어공공성포럼 등 언론시민단체 26곳은 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 공전의 이유는 개헌안 반대와 드루킹사건 특검 수용 여부 등 여야의 정쟁에 있는데 방송법 등 엉뚱한 곳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며 방송법 개정안을 여야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놓을 것을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 정상화’ 시한으로정한 8일을 앞두고 드루킹사건 특검 도입과 판문점 선언 국회비준 등과 함께 방송법 개정안도 여야 협상 테이블이 놓여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 2016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의 박홍근 의원안(공영방송 이사수를 여야 7대 6으로 늘리고 사장 선임 때 이사 다수결이 아닌 이사 3분의 2 찬성의 특별다수제 도입)에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특별다수제를 5분의 3으로 수정한 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에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담은 방송법 개정은 필요하지만 공영방송 이사·사장 선임을 놓고 정치권이 아닌 시청자인 시민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시민 참여형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이날 회견에서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국회가 정쟁에 팔려 파행이 거듭되고 있다. 국회가 정상화되어 대한민국이 제대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거기에 왜 방송법이 끼어있나. 언론노조는 이미 기존의 방송법을 폐기하고 촛불 시민이 주인이 되는 법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공영방송 이사 자리가 전리품인가. 정치권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언론에서 손을 떼야 한다. 기득권 내려놓으라는 것이 새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에서 특별다수제를 3분의 2에서 5분의 3으로 수정 제안한 것에 대해 “이는 여당에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바른미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등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을 놓고 쥐락펴락 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경호 언론노조 한국방송 본부장은 “정치권의 논의 속에 국민은 없다. 왜 공영방송 이사를 뽑는 데 여야가 유불리를 따지느냐. 국민들이 촛불로 세상을 바꿨다. 정치권은 권력을 감시하는 공영언론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김연국 언론노조 문화방송 본부장도 “현재 방송법은 1987년 민주화운동의 산물이다. 그런데 이 법은 결함이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시절 법을 악용해 불법을 저지르고 공영방송을 장악할 때 이사회는 정권의 거수기로 전락하고 방송은 정권의 홍보수단이 되었다. 이제는 청와대가 장악하던 공영방송을 국회가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려면 촛불의 명령을 받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정당끼리 나눠먹는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는 “그동안 공영방송 사장을 낙하산 사장으로 내리꽂고 이사를 나눠먹던 적폐를 청산하기는커녕 이를 합법적으로 길을 터주려는 행태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정치권의 밀실야합은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가 지난주 방송법 개정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 방식에 대해 “관례였던 정당 추천을 폐지하고 국민이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사진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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