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저녁 서울 상암동 와이티엔(YTN) 사옥에서 노조원들이 최남수 사장에 대한 중간투표 개표 결과를 확인한 뒤 환호하고 있다. 이날 투표에선 와이티엔 구성원 55.6%가 최 사장 불신임에 표를 던졌다. 연합뉴스
보도전문채널 <와이티엔>(YTN)이 지난 2~4일 최남수 사장에 대한 중간투표를 벌인 결과 재적 653명 중 652명이 투표해 55.6%인 363명이 불신임 표를 던진 것으로 4일 집계됐다. 이로써 지난해 12월28일 취임한 최 사장은 127일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구성원들의 투표에 의해 사장에서 물러나는 일은 언론사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에 앞서 와이티엔 노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에 따라 구성원 50%가 불신임하면 최 사장이 퇴진하기로 합의하고, 언론노조 와이티엔지부는 지난달 26일부터 최 사장 퇴진을 내걸고 벌였던 파업을 84일 만에 풀고 업무에 복귀한 바 있다.
박진수 노조위원장은 중간평가 결과 뒤 “10년 만에 이겼다. 최 사장의 퇴진은 와이티엔 구성원 모두의 승리이다. 지난 10년의 와이티엔을 묻고, 미래 10년을 설계하기를 소망한다”고 반겼다.
최 사장이 구성원들로부터 불신임받은 데는 자격 시비를 비롯해 파업 기간 중 각종 대형 오보 참사가 빚어지며 회사 안팎의 위기의식이 증폭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취임 초부터 보도국장 인선을 둘러싸고 노사 합의 파기 논란에 휘말린데다 칼럼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칭송’하고, 성희롱 표현이 담긴 트위터 문제 등이 불거지며 적격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 사장 해임을 요구하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취재·보도 역량이 급격히 저하됐고, 남북 고위급회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보도 등에서 오보가 잇따랐다.
최 사장 퇴진 이후 와이티엔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보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첫손에 꼽힌다. 새 사장이 선임되기 전이라도 북-미 정상회담, 6·13 지방선거 등 주요 일정이 코앞인 상황에서 보도국 정비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장대행 체제에서라도 새 보도국장 지명, 임명동의 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사흘간 진행된 투표에선 재적 인원 중 단 한명만 불참해 99.8%라는 이례적인 투표율을 기록했다. 최 사장을 지지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각각의 세력을 투표장으로 ‘총동원’했다는 뜻으로, 그만큼 최남수 사장 체제를 거치며 사내 여론이 팽팽히 갈려 반목해왔다는 것을 방증한다.
와이티엔 사장 선임은 그동안 한전케이디엔(KDN), 한국담배인삼공사, 한국마사회 등 3대 주주가 추천하는 3명과 노조 추천 1명, 노사 공동 추천 1명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이뤄졌다. 이들이 사장직에 공모한 이들을 선별해 2~3배수의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면 이사회가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최 사장이 이런 절차에 따라 선임됐음에도 끊임없는 분란 속에 결국 물러나게 되자, 한편에선 사장 추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민단체 일각에선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처럼 국민들이 사장 선임에 참여하는 시민형 모델도 거론한다. 사규에 따르면 당분간 김호성 상무가 사장대행을 맡게 된다. 노조에선 “김 상무는 최남수 사태를 이끈 적폐의 장본인”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새 사장 선임 절차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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