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4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 마련된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인터넷 점검 등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세계 외신들의 취재 열기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4일 청와대 집계를 보면 지금까지 취재를 신청한 내외신 취재진은 모두 2850명이었다. 외신은 40개국 184개 매체 869명이다. 2000년(543명), 2007년(376명) 정상회담 때와 견줘 두배 늘어난 숫자이다. 현장에서도 미디어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에 취재진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외신들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지금까지 한국에서 나왔던 뉴스 중 가장 중요한 뉴스가 될 것이라며 ‘모처럼 세워진 큰 장’에 한껏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북한의 잦은 핵실험으로 전쟁 위기 가능성을 점치다 다시 찾아온 한반도의 봄에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다고 평하는 외신기자들도 있다. 외신들은 남북 정상회담에 뒤이은 북미 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황웅재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에 얼마큼 진전된 안이 나올지가 북-미 정상회담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기에 관심이 더 쏠린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판문점을 미리 방문해 관련 소식들을 속속 내보내고 있다. 24일엔 지난 주말 방한한 외신기자 40여명은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주최의 판문점 프레스투어에 참여해 판문점 회담장 주변과 도라산 남북 출입사무소, 임진각, 대성동 마을을 둘러봤다. 지난 10일, 18일에도 상주 외신기자들은 100여명씩 판문점 취재에 나선 바 있다.
한국을 찾는 취재진 중 눈길을 끄는 이는 미국 뉴스전문 방송사인 <시엔엔>(CNN)의 크리스티안 아만푸어다. 이란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만푸어 앵커는 걸프전과 보스니아 내전 등 세계 각지의 분쟁 현장을 누비는 국제부 종군기자로 맹활약하며 세계적인 저널리스트로 발돋움했다. <시엔엔>은 본래 서울 상주 인력이 지국장 1명뿐이지만 이번엔 아만푸어를 비롯해 20여명의 취재진이 함께 서울을 찾는다.
<로이터> <블룸버그> <월스트리트 저널> 등 글로벌 경제 주력 매체들도 한국 뉴스 커버리지를 대폭 늘렸다. 과거처럼 정상회담 뉴스를 정치뉴스로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장단기적으로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끼칠 수 있기에 관련 분석기사 등을 매일 서너 꼭지씩 송고하고 있다. 경제매체의 한 외신기자는 “앞으로 경협 관련 투자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모든 가능한 취재원을 확보해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취재 규모를 대폭 늘리며 연일 아침저녁으로 정상회담 뉴스를 가장 많이 보도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엔에이치케이>(NHK), <아사히티브이> 등 방송 쪽이 먼저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사히티브이>는 서울 상주 인력을 평소 5명에서 30여명으로 늘렸다. 일본 언론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이 바라는 것은 납북자 송환이다. 납북자를 데려오면 위기의 아베에게 정치적 생명이 연장된다. 납북자 가족들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일본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치른 2000년, 2007년에 이어 이번 정상회담까지 연속 3번 참석하는 기자들도 있다. <뉴욕 타임스>의 최상훈 서울 주재기자와 <에이비시>(ABC)의 조주희 서울지국장이다. 조주희 지국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엄청난 이벤트다. 개인적으로도 3번째 참여는 의미있고 뿌듯하다. 미국에선 북-미 회담이 성사될지 아직까지 우려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북한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잘 전달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의 프레스센터는 일산 킨텍스와 판문점에 마련된다. 일산 킨텍스에 설치된 메인 프레스센터는 축구장 1개 크기 공간(1만㎥)에 1000석에 달하는 브리핑룸과 국제 방송센터 등이 있다.
문현숙 선임기자,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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