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비에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진행하는 김어준씨. SBS 화면 갈무리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다룬 <에스비에스>(SBS)의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블랙하우스)를 놓고 편파방송 논란이 일었던 가운데 에스비에스가 공정방송실천협의회(공방협)를 열어 노사 모두 방송의 편향성을 인정하고 공정성 문제를 개선해 나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전국언론노조 에스비에스본부(노조)에 따르면 공방협은 지난 3일 회의를 열어 <블랙하우스> 편향방송 논란 건에 관한 대책을 논의하고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회의록 요약본을 노조 게시판에 공개했다.
<블랙하우스>는 지난달 22일 정봉주 전 의원이 자신의 성추행을 부인하는 증거로 사건 당일 행적 사진들을 단독보도했으나 이후 정 전 의원의 렉싱턴 호텔 영수증이 나오고 시장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상황이 반전되자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등 김어준씨가 특수관계인 정 전 의원을 편파적으로 옹호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노조 쪽에선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공방협을 제안했다. 29일 방송에선 제작자 관련자 교체와 책임자를 징계한다는 사과 자막방송을 고지했다.
3일 공방협 회의엔 사쪽 박정훈 사장, 남상문 시사교양본부장, 정태익 라디오센터장, 조 정 노사협력팀장 그리고 노조에선 윤창현 위원장과 김규형 사무처장, 심영구 공정방송실천위원장 등 모두 7명이 참석했다. 안건은 편파방송 논란과 방송 진행자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였다.
이날 공방협에서 남 시사교양본부장은 아이템 발제는 담당 피디가 했고. 이걸 다루는 것 자체엔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3월 22일 방송 전 편집본을 본 뒤, 당시 논란이 됐던 2011년 12월 23일 오후 1시~2시 상황에 집중하고 있으니 시청자 이해를 돕기 위해 양측의 입장을 반영한 기본적인 사실 관계가 담겼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등의 반론을 포함해야 한다고 지시했는데 불행히도 방송에 반영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김어준씨와 정봉주 전 의원의 특수관계가 있다 보니 한쪽 편을 든 것처럼 오해를 빚게 방송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윤창현 노조위원장이 “진행자가 김어준씨라는 점에서 공정성, 최근 이슈가 되었던 성폭력 문제에 대한 시각 등 여러 의구심이 제기돼 왔다”고 하자 남 시사교양본부장은 “그런 우려를 알고 있었지만 대중이 원하는 시대적인 흐름이 있으니 그 선두주자격인 김어준씨를 선점하자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라이브 방송이 아니니 우려되는 부분들은 제작진의 콘트롤이 가능하다고 봤는데 이번엔 콘트롤이 안 됐던 것이다”라고 인정했다.
박정훈 사장은 “보수든 진보든 편향성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진행자는 없다. 하지만 노조위원장 말대로 출발부터 편향된 프레임을 갖고 누가 봐도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하면 에스비에스에 부담이 된다. 프로그램 초기부터 그런 얘기를 무수히 했고 시피가 전담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도 그래서다. 이번 사안은 김어준씨가 주도한 게 아니라 제작진이 했기 때문에 제작진을 교체한 것이다. 그럼에도 편향성이 고쳐지지 않으면 없애야 한다”면서 “‘그것이 알고 싶다’도 초기엔 편향성 지적 많이 받았는데 잘 극복해 지금에 이르렀다. ‘블랙하우스’도 시간 갖고 노력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공정한 방송이 될 수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18일치 8면에 ‘SBS 노사 “김어준 블랙하우스 공정성 문제”’라는 제목의 기사로 다루면서 박 사장의 회의 발언을 이용해 프로그램 폐지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종합편성채널 <티브이조선>의 대주주인 <조선일보>가 지상파인 에스비에스뿐 아니라 보수세력에 비판적인 김어준씨를 겨냥해 의도적으로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창현 노조 위원장은 ‘아전인수, 침소봉대’라며 반박했다. 그는 18일 페이스북에 “임명동의제 합의하고 대주주 사퇴할 때는 노영방송이라고 저주를 퍼붓던 자들이 자기 진영에 유리하다 싶으면 물불 안 가리고 받아쓴다. 당신들이 공정성 말할 자격이 있나. 관심 끄기 바람”이라고 올렸다. 윤 위원장은 1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논의하면서 사태 전말과 관계없이 이런 프레임으로 접근하여 왜곡할 것을 우려했다. 방송을 하다보면 진보 보수를 떠나 실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 실수했다고 바로 폐지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며 “다분히 의도가 있는 보도로 피해자 인권이나 성폭력의 진정성에 관심있는 게 아니고 입맛에 맞다고 노조 견해를 진영논리에 끌어들이는 것은 부적절하고 몰염치하다”고 비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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