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3차 전원위원회가 끝난 뒤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 위원장은 이날 전원위원회 시작 전 황전원 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저희도 똑같았거든요. 현장 가서 두손 모으고 발을 얼마나 굴렀는지…”(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유족 인터뷰 중에서)
세월호참사 유가족 ‘예은 아빠’는 또 다른 참사 유족 얘기를 들으며 때론 공감하며 분노하고, 때론 비슷한 경험을 꺼냈다. 정혜윤 <시비에스>(CBS) 피디가 연출하고,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진행을 맡은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에서다. 지난 1월부터 15회에 걸쳐 각종 재난의 유족·생존자를 만나 얘기를 들었다. 팟캐스트는 다음주 목요일 업로드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한겨레>는 지난 석달간 마이크를 잡고 참사의 아픔을 전한 유 위원장을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포스트타워에서 만났다.
유 위원장은 방송 진행 도중 “감정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고 했다. 재난의 발생 상황은 저마다 다른데도 인터뷰 대상자들이 그간 상처를 견딘 과정은 닮아 있었다. “내 가족이 무슨 이유로 죽었는지 상관없어요. 여러 유가족을 만나면서 ‘나와 전혀 다르지 않다’고 느꼈어요. ‘같은 고통, 같은 외로움으로 긴 시간을 버티며 살아오셨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세상 끝의 사랑’은 2016년 세월호 유가족이 프랑스에서 참사 피해자 연대 모임인 테러참사피해단체연합(FENVAC·펜박)을 방문한 경험에서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유가족들이 참사 피해 경험을 공유해 기록으로 남기면, ‘사회적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뜻에서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희생을 피할 수도 있었던 참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이 많다”며 “팟캐스트가 (해결의) 시작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언론인’ 입장이 됐던 그는 그간 세월호 관련 사안을 왜곡한 ‘보도 참사’에도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왔다. 유 위원장은 방송 진행을 하며 언론의 ‘피해자 중심’ 보도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재난 보도는) 철저하게 피해자 중심주의적 시각이 필요합니다. 이게 ‘편향된 시각’이라고 보면 안 돼요. 사고를 정확하게 꿰뚫고 빠르게 해결할 키를 쥔 사람도 피해자입니다. 참사 현장에서 언론이 피해자의 시각으로 보면 문제점이 눈에 띌 겁니다.”
유 위원장은 특히 <문화방송>(MBC), <한국방송>(KBS)의 세월호 왜곡 보도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해 9월 ‘방송 정상화’ 파업 집회 현장에서 무대에 올라 “망가진 언론의 피해자는 바로 국민, 예은이 아빠인 나”라고 절규했다. 그의 발언을 듣고 “고개를 들 수 없다”는 언론계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공영방송 구성원이) 파업하셨던 초심을 끝까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현장에 있으면서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을 실감했어요. 공영방송이 유족 보험금 관련 보도를 하는 등, 그렇게(왜곡되게) 몰아갔기 때문에 많은 국민이 세월호를 잘못 알고 있습니다. 한국방송·문화방송이 (잘못) 보도한 것에 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바로잡아주면 좋겠어요.”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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