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본관에서 양승동 사장이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한국방송>(KBS)의 주권은 시민과 시청자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시민과 시청자로부터 나옵니다.”
9일 오전 양승동 한국방송 신임 사장은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함께 “권력·정치로부터 독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취임식은 이례적으로 공개된 공간인 본관 시청자 광장에서 열렸고, 200여명의 구성원들이 참석했다. 이는 고대영·길환영 등 전임 사장들이 구성원들의 항의·시위를 고려해 간부들과 소규모로 취임식을 열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양 사장은 취임사에서 지난 10년 간 이어진 ‘공정 방송 투쟁’을 언급했다. 2009년 ‘사원행동’을 이끌다 ‘파면’ 조처를 받은(이후 ‘정직 4개월’로 조정)경험이 있는 그는 “이 자리에(시청자 광장) 서니 9년 전 어떤 날이 생각난다. 제가 파면되었다고 수많은 선후배들이 여기에 모여 회사에 항의하고 저를 응원해줬다”고 했다. 또 지난해부터 구성원들이 141일간 ‘방송 정상화’ 파업에 나섰고, 서울 광화문에서 ‘릴레이 발언’ 투쟁을 한 일을 두고 “지독히 추웠던 지난겨울, 우리는 광화문에 서 있었다. 540여명이 240시간 동안 참회의 발언을 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한 마디로 ‘새로운 한국방송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10년 우리의 실패는 취재·제작 자율성이 후퇴해서 생긴 일이다. 분명히 약속드린다. 저는 보도와 제작에 어떠한 압력도 행사하지 않겠다.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이 여러분을 제약하려 든다면 앞장서서 막겠다. 혹시 간부 중 누군가가 부당하게 취재·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려 든다면 일벌백계하겠다”고 했다. 그는 약속했던 △국장 임면동의제 △편성위원회 정상화도 빠른 시일 내에 이루겠다고 했다.
양 사장은 “10년 과오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겠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합당한 책임도 묻겠다. 정치적인 이유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유능한 직원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겠다. 젊은 한국방송을 만들기 위한 세대교체도 과감하게 진행하겠다”고 했다.
또 그는 외주제작사와 ‘상생’에 주력하겠다고 하며 “극단적인 저임금과 살인적인 노동시간, 차별적인 처우와 같은 비정규직·외주제작사에 대한 부당한 관행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또 사내 성폭력 문제를 두고 “절대 쉬쉬하며 넘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노래방’ 관련 언급도 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30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양 사장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노래방에서 그의 카드가 결제됐다고 공세를 편 바 있다. 그는 이를 두고 “지난 금요일(6일) 임명을 받고 나서 저녁에 혼자 안산에 다녀왔다. 많이 혼날 각오를 하고 갔는데 (유가족분들이)너무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몸 둘 바를 몰랐다”면서 “다시는 아이들이 억울하게 죽지 않는 대한민국을 위해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이사회의 임명 제청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양 사장을 최종 임명했다. 양 사장은 고대영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오는 11월23일까지 한국방송을 이끌게 된다.
글·사진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