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한국방송(KBS) 사장이 지난해 11월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고대영 <한국방송>(KBS) 사장 해임제청안이 의결됐다. 방송법상 대통령의 재가 절차가 남긴 했지만,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어 곧 해임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총파업 140일을 넘긴 한국방송 사태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22일 오후 4시 임시 이사회를 열어 고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는 재적 인원 11명 중 이인호 이사장을 뺀 10명이 참석했으며, 변석찬 이사가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아 회의를 진행했다. 고 사장의 해임제청안에는 재적 이사의 과반인 6명(권태선·김서중·전영일·장주영·김상근·조용환)이 찬성했다. 나머지 이사 4명 가운데 3명(차기환·조우석·이원일)은 표결에 항의하며 퇴장했고, 변석찬 이사는 기권했다.
개인적 이유로 해외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이 이사장은, 이날 이사회가 끝난 뒤 입장문을 내어 이사장직과 이사직에서 모두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다른 소수 이사와 마찬가지로 다수 이사 결정이 문재인 정부의 ‘방송 장악’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고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은 지난 8일 현 여권 추천 이사인 권태선·김서중·전영일·장주영 이사 등에 의해 이사회에 제출돼 지난 10일 상정됐다. 해임제청안에 적시된 고 사장의 해임사유는 6가지다. △한국방송 역사상 최초로 지상파 재허가 심사 합격 점수에 미달하여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책임 △한국방송 신뢰도·영향력 추락 책임 △파업사태를 초래하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여 직무 수행능력 상실 △졸속 추진한 조직개편, 방송법 및 단체협약 등을 위반한 징계 남발, 상위직급 과다 운영 등 조직·인력 운용 및 인사 관리 실패 △허위 또는 부실보고로 이사회의 심의·의결권 침해 △사장 취임에 앞서 한국방송 보도국장 재직 때 국정원 금품수수 및 보도 누락 의혹과 보도본부장으로 재직 때 도청 행위에 연루된 의혹 등이다.
이사회는 고 사장에게 15일까지 해임제청안에 대한 소명을 요청했고 이후 기한을 연장해 22일까지 재차 소명을 요청했다. ‘시간 부족’을 이유로 오는 30일까지 소명 연기를 요청했던 고 사장은, 22일 오전 이사회 사무국에 서면 소명서와 참고자료를 제출했으며 이날 오후 4시 이사회 개회 직전에 직접 출석해 소명할 의향을 밝혔다. 고 사장은 실제 오후 5시20분께 이사회의 출석 요청을 받아들여 이사회장에 출석해 15~20분가량 구두로 해임 사유에 대한 소명을 했다. 고 사장은 이 자리에서 “이사회가 제기한 해임사유 어느 한 가지도 동의하지 않는다. 일부 이사들이 제기한 해임사유 모두가 왜곡과 과장으로 점철돼 제 개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시기 저를 믿고 열심히 일해 온 한국방송 구성원들의 노력과 성과를 모조리 부정하고 폄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에 대한 해임제청안이 통과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입장은 지난 10일 발표한 공개 입장문의 내용을 유지하며 재차 강조한 것이다.
고 사장은 또 “아시아태평양방송연합(ABU) 회장이기도 한 한국방송 사장이 불시에 낙마할 경우 국제사회에 설명하기도 민망할 뿐 아니라 남북단일팀이 구성돼 관심도가 높아진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수행해야 할 국제적인 역할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것임을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방송을 고려해 자신의 해임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방송법상 한국방송 사장 임면권이 있는 대통령이 이를 최종 승인하면, 고 사장 해임이 확정된다.
한편 이날로 고 사장 퇴진 및 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 총파업이 141일째를 맞았다. 새노조는 한국방송 이사회가 열리는 오후 4시부터 한국방송 본관 민주광장에서 고 사장 해임 제청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새노조는 이사회가 고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할 경우 23일 전국 조합원 총회를 거쳐 24일 오전 9시부터 업무에 복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효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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