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달의 기자상’(327회)을 받은 <한겨레> 김성광 기자의 사진 기획보도. 주제는 화상을 입은 이주노동자였다.
2017년이 가쁘게 지났습니다. 한겨울 촛불광장은 결국 ‘장미 대선’을 피웠고, ‘새 대한민국’은 강고한 적폐의 유형들을 호명하는 일만으로도 분주했습니다. 한반도는 강대국과 북한을 사이에 두고 여유로울 새 없었습니다. 도처에서 한국 언론의 위기를 꼬집고 때로 경멸하는 시선이 등장하지만, 국면마다 숨어 똬리 틀던 부패와 부정이 적출되기까지 언론의 구실 또한 적잖았습니다.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부당한 징후들과 깜냥으로 시비한 기자들도 없진 않았지요.
한국기자협회가 매달 선정하는 ‘이달의 기자상’의 지난 한해 내역들을 살펴보는 이유입니다. 보혁이나 플랫폼 경계를 넘어 기자들 스스로 가장 신뢰하고 영광되다고 평가하는 언론상으로, 불완결한 한국의 미디어가 그나마 지나온 흔적이고, 거듭 힘줘 내디뎌야 할 지표입니다.
☞ 참고 : 2017년 12월치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들은 이달 중하순 선정됩니다. 심의과정 때문에 매해 정초가 되어도 전년도 한해치 수상작을 일별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분석 대상 수상기간을 2016년 12월~2017년 11월 12개월로 일단 삼아봅니다. 1월말 ‘업데이트’ 기회가 있을 법합니다. 기자협회가 주는 분기별 자살예방 우수보도상은 제외했습니다.
지난 1년 ‘이달의 기자상’을 가장 많이 받은 매체를 먼저 추려봅니다. <한겨레>가 10차례, JTBC가 7차례, SBS가 6차례, <경향신문>과 <한국일보>가 5차례를 받아 이른바 ‘탑 5’ 무리를 형성했습니다. 전통적으로 한겨레, 경향신문, JTBC, 한국일보, KBS가 선두권을 형성했던 과거와 달리, 지난해엔 SBS가 두드러졌습니다.
지역 미디어 중에선 <경인일보>와 <경기일보>, <부산일보>가 3차례씩 수상하며 지역언론을 선도했습니다. 주간지 중에선 <시사인>이 2회, <한겨레21>과 <시사저널>이 1회씩 받았습니다. (<한겨레21>은 한겨레신문사의 ‘한겨레21부’ 격이지만, 별도 분류해보았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한해 300억원 이상의 보조금·구독료를 받고 있는 <연합뉴스>는 수상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민간 통신사인 뉴시스와 뉴시스 전북이 합쳐 2차례 받은 것과도 대비됩니다.
주요 신문·방송사 가운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MBC, 채널A, 연합뉴스TV, MBN, <문화일보>, <한국경제>도 수상자 명단엔 없습니다. 공영방송 KBS는 정권교체 뒤 가동되었던 이른바 ‘파업뉴스팀’의 8월 보도(댓글공작 최초 실명 폭로…“청와대 날마다 보고”)로 한 차례 받아 족적은 남겼습니다.
2016년 12월 수상내역을 분석에서 뺀다면, <한겨레> 8차례(<한겨레21> 포함하면 9회), JTBC 6차례, SBS 5차례, <경향신문> 4차례, <한국일보> 3차례 순입니다. 호명되는 매체나 순서가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한겨레>의 경우 한 번에 2차례씩 기자상을 받은 달만 세 번입니다. 그런 방식으로 2013년 한해엔 17차례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전례가 있습니다. 1~12월치를 기준삼을 때, 2012년 14차례, 2013년 17차례, 2014년 11차례, 2015년 7차례, 2016년 12차례로 사실상 6년째 한국 언론사 가운데 최다 수상기록을 이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기자협회에서는 이 때문에 더 엄격하게 한겨레 보도물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기자협회는 외부 전문가들이 포함된 심사위를 통해 기자상 보도를 선정합니다. 스스로 “이달의 기자상은 한국기자협회가 지난 1990년 9월부터 전국회원을 대상으로 신문방송 통신에 게재된 기사 중 가장 좋은 기사를 가려내 매월 1회 수상하는 상”이라며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기자사회에 적극적·긍정적 자극을 제공하는 촉매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럴 법한 설명인지 지난 수상작들의 특징들로 판단해보실까요.
우선 적폐 관련이 많습니다. 이런 고발 기사들 상당수는 정부를 각성시키거나 검찰의 수사를 견인했다고 심사위로부터 평가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촉발되거나 강화된 검찰 수사의 중간 내용이 언론을 통해 재발굴되어 시민들께 전달된 경우들 또한 적지 않습니다. 주로 ‘스트레이트’ 기사의 힘이 영향을 미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TOP 5’ 매체들의 ‘이달의 기자상’ 수상 보도물을 펼치면 실제 지난 1년 12달의 대한민국 정치·사회사가 짜여질 법합니다. 격동의 2017년 같이 한번 돌아보실까요. 막상은 박수받아 본 적 드문 기자들의 수상 후기, 또는 관련 기사를 함께 링크했습니다.
2016년 12월세월호 및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속보도 <한겨레>블랙리스트 청와대 정무수석실 작성 전달 추적 <한겨레>김영재와 세월호 7시간 JTBC문체부 블랙리스트·관리지침 실물 공개 SBS세월호 선언 등 9473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확인 <한국일보>세월호 수색 한창 때 박(朴)은 미용시술 흔적 <한국일보>밥상 위의 세계 <경향신문>
2017년 1월필리핀 경찰 한인납치 사건 JTBC차병원 ‘기증 제대혈 불법 투여’ SBS김기춘 우파단체 지원 및 국정원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의혹 <경향신문>
2017년 2월“최순실 모친, 삼성동 대통령 자택 계약” 증언 JTBC안(安) 선물 덕에 아내한테 점수 땄다…녹취록 공개 SBS게임산업 노동자 잔혹사 <경향신문>
2017년 3월대법원의 사법개혁 저지의혹 <경향신문>비싼 돈 내고 전공도 못 듣는 ‘학문의 錢’당’-대학은 돈의 전당 <한국일보>
2017년 4월국가정보원 비선 민간여론조작 조직 실체 <한겨레21>성추행·폭행이 일상...‘지옥같은’ 대안학교 JTBC안종범 新업무수첩 39권 단독 입수 <한국일보>
2017년 5월국정농단 수사 이영렬 중앙지검장 ‘조사 대상’ 안태근과 부적절 만찬 <한겨레>
20017년 6월 숭의초교 학교 폭력 축소·은폐 의혹 SBS
2017년 7월종근당 이장한 회장의 운전기사 갑질 <한겨레>‘빨간 마티즈의 비밀’ 2년만에 복원된 휴대전화 JTBC
2017년 8월 국정원, 댓글알바 30개팀 3500명 운영했다 등 <한겨레>단독공개, 친일파 재산보고서 SBS잊혀진 살인마 석면의 공습 <한국일보>
2017년 9월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 의혹 <한겨레>공기관 부정채용 민낯 <한겨레>“靑 지시로 軍 사이버사 불법 활동” 外 SBS
2017년 10월우리은행, 국정원 직원·VIP 자녀 등 20명 ‘특혜채용’ <한겨레>이명박 전 대통령 장남 시형씨, 중국 법인 4곳 대표·회계총괄 선임..다스 비자금 내부서류 보도 등 다스 실소유 의혹 JTBC
2017년 11월18살 고교 실습생은 왜 죽음으로 내몰렸나 등 <한겨레>불타버린 코리안드림 <한겨레>삼성전자 직업병 첫 사망 54명 확인 분석 JTBC
그밖의 ‘독보적 기사’들을 극히 주관적으로 꼽아봅니다. 결국 저널 행위는 ‘주관의 객관화’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37년만에 밝혀진 계엄군의 5·18 헬기사격 (1월, 뉴시스)호식이 두마리 치킨 최호식 전 회장 성추행 피소 건 (6월, YTN)2017년 대한민국 과로리포트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10월, 서울신문)“국정원, 매년 박근혜 靑에 특활비 상납” (10월, 매일경제)
어떤가요. 한국의 어떤 보도들, 아주 무용하진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의 한국 미디어가 시민들이 바라는 신뢰 수준에는 많이 도달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한국 저널에 대한 비판, 비난이 ‘유행’이 된 상황을 자조하는 기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한겨레> 또한 부족한 게 많습니다. 더 정확하고, 더 공정한 미디어로 한발 더 다아갈 수 있게 2018년 부단히 더 경주하겠습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