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문화방송 노조가 사옥 건물에 내건 김현종 사장 퇴진 촉구 펼침막. 목포문화방송노조 제공
“(서울 본사에서 총파업 끝내면서) ‘다 끝난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게 힘들어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전국 <문화방송>(MBC) 곳곳에서 여전히 사장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며 싸우는 이들이 있다. ‘박근혜 정권의 알박기’로 비판받았던 김장겸 전 사장 체제에서 임명된 지역 문화방송 사장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문화방송의 대주주인 문화방송 서울 본사에서는 지역 문화방송 사장을 모두 해임 조처할 예정이다. 방송 파행을 방치하며 방송 정상화에 대한 아무런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는 게 공통 해임 사유다.
문화방송은 서울을 뺀 전국 16곳에 지역사를 두고 있는데, 이 가운데 7곳은 사장이 해임되거나 자진해서 사퇴했다. 나머지 지역 9곳은 문화방송 서울 본사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사장 해임을 협의하는 등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 문화방송 사장은 대주주인 서울 본사 사장이 방문진과 협의해 선임하고, 각 지역사 주주총회를 거쳐 임명된다. 지난 시기 문화방송 서울 본사 사장이 ‘정권의 낙하산’으로서 방송 공정성·공공성 훼손에 앞장선다는 비판을 받았다면, 지역 문화방송 사장은 서울 본사에서 간부를 지내며 이런 경영진의 행태를 충실히 따른 인사들이 ‘서울의 낙하산’으로 임명되어 지역 공공성·공영성까지 추락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피디수첩> 작가 전원 해고 등 ‘피떡수첩’ 책임자, 김현종 목포MBC 사장
3일 기준으로 보도 부문 제작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지역사는 강원영동·경남·목포·여수·제주·포항 문화방송 6곳 노조다. 이에, 원래 서울 본사 뉴스에 이어 15분가량 방송되어야 하는 각 지역 <뉴스데스크>는 0~10분 정도로 축소·파행 방송 중이다.
특히 상황이 심각한 곳은 목포·제주·여수문화방송이다. 이 3곳에서는 보도 부문에 더해, 편성 부문까지 제작거부가 확대됐다.
목포문화방송 노조로부터 퇴진을 요구받는 김현종 목포문화방송 사장은, 2012년 서울 본사 시사제작국장으로 일하며 <피디수첩> 작가 6명을 전원 해고하는 등 시사 프로그램 제작자율성 침해와 노동탄압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영화 <공범자들>에서는, 최승호 피디를 비롯한 <피디수첩> 고참급 피디들을 무더기로 강제 전출시킨 이유를 캐묻는 구성원들에게 “<피디수첩>의 과도한 정치색을 탈색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저의 소견이고 예를 들면 최승호 피디 같은 경우에 유능하지만 정치색이 과도하다는 것이 저의 판단”이라고 말한 장면이 유명하다.
목포문화방송 노조는 김장겸 서울문화방송 사장이 해임된 직후 지난해 11월15일 총파업은 끝냈지만, 보도 부문 제작거부는 계속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업무에 복귀했던 편성 부문 조합원들도 제작거부에 다시 합류했다. 김창진 목포문화방송 노조위원장은 2일 <한겨레>와 전화 통화에서 “지역에서는 사장이 해임되거나 하는 변화가 있지도 않은데, 제작거부를 중단할 수 없었다. 김 사장이 자진사퇴할 뜻이 없어 보여서 편성 부문으로 제작거부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제주문화방송 노조가 최재혁 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내건 현수막. 제주문화방송 노조 제공
“아나운서 부당전보 책임자, 최재혁 사장 물러나라” 보직 부장 전원 사퇴한 제주MBC
제주문화방송 노조는 티브이(TV) 뉴스 제작거부에 이어, 지난 2일부터 라디오뉴스와 편성 부문까지 제작거부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리얼제주체험기 속암수다>, <생방송 제주가 좋다> 등도 파행이 예상된다. 지난달 28일, 방송 파행이 장기화되자, 제주문화방송 내 전체 보직 부장 7명이 성명을 내고 보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최재혁 제주문화방송 사장의 결단과 최승호 서울 본사 사장의 빠른 수습을 촉구했다.
최재혁 제주문화방송 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 때 아나운서국장으로 재직하며 2012년 파업에 참여한 아나운서들의 무더기 부당전보, 징계를 이끌었다. 최 사장은 또 서울문화방송에서 부당노동행위가 기승을 부린 안광한 전 사장 때 사장 특보를 맡았으며, 특보를 마친 뒤 김장겸 새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제주문화방송 사장으로 임명됐다. 제주문화방송 노조는 지난해 3월 최재혁 씨가 새 사장으로 선임될 때부터 반대 투쟁에 나서, 출근길 항의 피케팅 등을 이어갔다.
‘전두환은 멋진 사람’, ‘전두환도 피해자’ 발언 논란, 여수MBC 심원택 사장
문화방송 서울 본사가 제시한 여수문화방송 심원택 사장의 해임 사유에는 ‘전두환 찬양 발언’ 등으로 대표이사로서의 품격을 훼손하는 언행을 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심 사장은 지난해 9월 회사 외부의 한 직원간담회에서 ‘전두환은 멋진 사람’, ‘전두환도 피해자’, ‘5·18을 광주사람의 눈으로 본 것과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본 것이 있는데 왜 광주사람만 맞다고 보느냐’, ‘(전두환)자서전에 나온 북한군 개입설도 팩트일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한 의혹이 일어, 회사 안팎에서 비판받았다. 당시 5월단체 3곳과 5·18기념재단 등이 여수문화방송을 직접 방문해 심 사장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으나, 심 사장은 발언 사실을 부인하며 사퇴도 거부한 바 있다. 곧바로 해당 발언을 들은 직원들이 공개 증언에 나섰으나, 심 사장은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박광수 여수문화방송 노조위원장은 2일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서울 본사에서 심 사장 해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여전히 심 사장에게 업무보고를 하려는 간부들이 존재한다. 사장은 물론 간부진에 대한 퇴진을 요구하는 제작거부를 계속 이어갈지 여부를 구성원들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사장이 해임된, 강원영동문화방송 노조는 오는 8일부터 업무에 복귀하기로 결정했으며, 사장 해임 절차가 진행 중인 포항문화방송 노조는 3일 대의원대회와 기자회 논의를 거쳐 업무 복귀 시점을 결정하기로 했다. 포항문화방송 노조의 경우 지난해 11월 수능을 앞두고 지진이 발생하자, 곧바로 지진 보도를 중심으로 업무에 복귀해 뉴스를 제작 중이었다.
경남문화방송은 보직자와 비노조원, 계약직 기자 위주로 뉴스를 만들고 있지만 정상화 수준은 아니다. 경남문화방송 노조는 자사 출신인 김일곤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거부를 이어가고 있다. 김태석 경남문화방송 노조위원장은 2일 <한겨레>와 전화 통화에서 “김 사장은 지난해 김장겸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지역엠비시사장단 협의회 회장을 맡는 등 ‘김장겸 체제’의 한 축으로서 지역성, 공공성을 훼손시켰다”며 퇴진을 촉구했다.
지난해 9월25일 5월단체 회원들이 여수MBC를 방문해 5·18 관련 발언으로 말썽을 빚은 심원택 여수MBC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 제공
“‘퇴직위로금’ 지급 관행 없애야”
문화방송 서울 본사는 지역문화방송 사장에 대한 처리가 빠르면 이달, 늦어도 2월 안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역문화방송 사장에 대한 이러한 ‘무더기 해임’은 전례 없는 일이다. 그동안 문화방송이 지역문화방송 사장 퇴직 때 관례로 지급한 ‘특별퇴직위로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 다수 이사는 “그동안 위로금이 특별한 공로가 없어도 온정적으로 지급되어 온 것 같다.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순 이사는 “지금 해임을 협의하는 사장들에 대해서는 위로금이 없는 걸 원칙으로 삼고, 개별적으로 이론을 제기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서만 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강욱 이사는 “나는 위로금 제도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 공로를 남긴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구성원들이 방문진에 건의하면 그런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도 손질을 요구했다.
새 지역문화방송 사장 선임 절차는 서울 본사 사장 선임에 준하는 투명한 방식으로 혁신할 가능성이 크다. 문화방송은 사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사장 후보자 공개 정책설명회, 사장 임명동의제 또는 중간평가제 등의 방안을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