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방송 재허가 심사 기준 점수에 미달한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등 지상파 3사가 ‘조건부’로 허가 기간을 3년 연장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26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전체 심사 대상 14개 방송사 가운데 기준 점수인 650점을 넘기지 못한 한국방송, 서울·대전 문화방송, 에스비에스에 대해 “추가 의견 청취와 자료 접수를 통해 방송 공정성 제고, 제작종사자 자유·독립 강화 등에 대한 의지와 구체적 이행계획을 확인했다”며 “4개 방송사 모두 미흡한 사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시청권 보호 등을 고려하여 향후 재허가 조건의 엄정한 이행을 전제로 ‘조건부 재허가’하고 재허가 유효기간 3년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방통위가 지상파 3사에 부여한 ‘조건’(법적 강제력 있는 행정 처분)과 ‘권고’(강제력 없는 행정 지도) 사항은 앞선 2013년 심사 때보다 2배가량 늘었다. 특히 양대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포함하는 등 종사자 부당 해직·징계 방지책을 마련해 재허가 3개월 이내에 방통위에 제출 △방송 프로그램 제작 자율성 보장을 위해 편성위원회 운영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이행실적을 방통위에 매년 제출하라는 조건이 붙었다. 방송 재허가 심사에 직원 부당 징계 관련 사안과 편성규약 제정·공표를 넘어 실효성을 점검하는 내용이 조건으로 붙은 건 2000년에 재허가 심사제도가 실시된 이래 처음이다.
방송사가 외주 제작사와 거래할 때 제작비를 ‘후려치는’ 관행을 개선하고자, 전체 방송사에 대해 외주 프로그램 제작비 산정·지급, 저작권과 수익 배분 등에 대해 방통위가 제시하는 기준을 준수하라는 조건도 제시했다. 방송사들은 매년 이행실적을 방통위가 마련한 양식에 따라 방통위에 제출해야 한다. 한국방송과 <교육방송>(EBS)에는 재허가 후 1년 이내에 자체 제작 프로그램 표준제작 단가표를 작성해 방통위에 제출하는 조건이 추가됐다. 공영방송으로서 자체 제작과 외주 제작 프로그램 사이의 제작비 격차를 최소화하는 데 앞장서라는 의미다.
에스비에스와 모든 지역 민영방송은 경영 투명성·자율성 보장을 위해 방송 전문경영인 제도를 유지하고 주주와 특수관계자가 아닌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복수로 위촉해야 하며 감사제도 강화 등 이행실적을 매년 방통위에 제출하도록 했다. 에스비에스 노사가 올해 10월 합의한 사장 등 각 부문 최고 책임자 임명 동의제 이행은 ‘권고’로 포함됐다.
이날 회의에선 지상파 3사가 모두 ‘낙제점’을 받은 이번 심사 결과를 두고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방송 길들이기 아니냐”는 김석진 위원(자유한국당 추천)의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다수 위원은 심사위원회가 제시한 심사의 실효성 강화 등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허욱 부위원장은 “이번 심사 결과는 지상파 방송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가, 방통위의 재허가 제도는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방통위는 2013년 말 지상파 3사에 대해 4년짜리 재허가를 의결했으며, 오는 31일이면 이때 의결한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돼 재허가 심사를 진행해왔다. 방통위는 올해 3월 심사의 기본계획안을 의결했으며, 지난 7~11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꾸려 심사를 진행했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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