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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대통령 비판 콘텐츠 안돼”…KBS·MBC, 페북도 ‘보도통제’ 했다

등록 2017-12-20 12:57수정 2017-12-20 22:19

이성주 MBC 기자 석사 논문
방송사 뉴미디어 실무자 인터뷰
“대통령은 절대 비판 말아야 할 선
정치 콘텐츠서 제작 자율성 침해”
<한국방송>(KBS)·<문화방송>(MBC)이 자사의 페이스북 뉴스 콘텐츠에도 ‘보도통제’를 해온 사실이 실무자 증언으로 드러났다.

이성주 <문화방송> 기자가 최근 발표한 석사 논문 <방송 뉴스의 페이스북 활용에 관한 연구 - 지상파 방송사 간 비교를 중심으로>를 살펴보면, 문화방송·한국방송 양대 공영방송 실무자들은 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제작 자율성 침해를 토로했다. 논문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한국방송>, <문화방송>, <에스비에스>(SBS) 등 지상파 방송사 3곳 뉴스 분야 페이스북 페이지 게시물을 내용 분석했으며, 같은 기간 각 방송사의 뉴미디어 담당 부서에서 근무한 기자 6명(방송사별 2명)에 대해 1시간 안팎의 심층 인터뷰도 했다.

논문에 따르면 ‘정치’ 분야 콘텐츠에 대한 양대 공영방송의 뉴미디어 보도통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양대 공영방송 뉴미디어 분야 실무자들은 자체 콘텐츠 제작을 금지당하는가 하면, 뉴스 큐레이션과 페이스북 멘션(페이스북에 기사 링크, 이미지, 동영상 등을 게시할 때 붙이는 글)에 대해서도 ‘기계적 중립’을 강하게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OO 씨는 촛불집회 페이스북 라이브(생중계)를 나갔어요. 그때 멘션에 ‘촛불집회 함께해요’라고 썼는데, ‘왜 집회 참가를 선동하는가?’라는 지적이 나오고, 국장이 경위서를 요구하고….”(문화방송 ㄱ 기자)

“박영수 특검이 무슨 멘트를 했어요. 관련한 콘텐츠를 올리면서 ‘잊지 않겠습니다’고 멘션을 썼는데, 그걸 가지고 ‘왜 특검을 중립적인 입장에서 바라보지 못하냐?’고 트집을 잡은 경우도 있었고….”(문화방송 ㄱ 기자)

“큐레이션을 간부들이 했어요. ‘오늘은 이 것 이 것 이 것 소셜 미디어에 올려.’ 그리고 정치 쪽 콘텐츠를 제작해서 올리겠다고 하면 이상한 이유를 들어서 ‘그건 제작하지 마.’”(한국방송 ㄴ 기자)

“절대로 비판을 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데 대통령이었죠. 대통령 비판 콘텐츠는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비판이라면 국회의원들이 존다든지 그 정도 선? 경찰 비판하는 것 정도?” (한국방송 ㄴ 기자)

이 기자는 “지상파 티브이(TV) 뉴스 제작과정에서 나타난 자율성 침해 문제가 소셜미디어 콘텐츠 제작이나 게시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미디어 분야 실무자들은 양대 공영방송이 티브이 뉴스 프로그램에 내보낸 기사들 가운데 골라 쓰려고 해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부적절한 편향’이 반영된 경우가 있어 페이스북에 게시할 꼭지가 거의 없었다고도 했다.

“원래의 소스(티브이 메인 뉴스 리포트) 자체가 편향·왜곡돼 있어서 (페이스북에) 올릴 수가 없었어요. 올리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되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중략) 예를 들어 최순실 보도는 그 양상이 진실을 추적하는 게 아니라 정치공방으로 끌고 가는 거죠. 실체가 있느니 없느니 공방. (중략) 그래서 정치뉴스를 올리는 게 오히려 독자들에게 해롭다….”(문화방송 ㄱ 기자)

“지침이 있죠. 기계적 중립…. 정치 쪽은 매번 있고…. 정치 관련 동영상 제작을 맡았었는데 (중략) 만들 때 지적이 없어도, 정상적으로 올라갔어도 나중에 보도국 정치부에서 전화가 오죠. ‘보도국 정치부 입장은 이건데 디지털에서 우리 입장과 다르게 하면 어떻게 하냐?’ 이렇게 항의가 오는 거죠. (중략) OOO 주간이 지침을 내렸죠. ‘정치 관련 기사는 쓰지 말자.’”(한국방송 ㄴ 기자)

또 양대 공영방송은 공통으로 디지털 뉴스 제작 또는 배치 문제로 담당 간부가 교체되는 일을 경험했다. 문화방송은 지난 2014년 1월 ‘교학사가 발행한 역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스트레이트 기사를 인터넷 뉴스 머리기사로 올렸는데, 며칠 뒤 담당 부장이 ‘유배지’로 불리는 경인지사(지자체 광고 수주 등을 맡는 비제작부서)로 발령 났다. 이유는 인터넷 뉴스 배치가 문화방송 보도국 뉴스프로그램의 기사 편집 방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알려졌다. 당시 교학사 역사 교과서는 무더기 사실 오류와 친일·독재 미화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으나, 두 공영방송사는 티브이 뉴스프로그램에서 각 학교의 교과서 채택 반대 움직임은 잘 보도하지 않고 교학사·교육부 입장을 주로 대변해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한국방송의 경우 2015년 6월 ‘이승만 정부 망명 요청설’ 보도 파문 뒤, 디지털뉴스국장과 디지털뉴스부장이 동시에 각각 심의실과 라디오 뉴스제작부 평기자로 발령 났다. ‘이승만 망명 보도’는 한국방송이 2015년 6월24일 <뉴스9>에서 “이승만 정부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본 정부에 한국민 6만명의 망명 의사를 타진했고, 일본이 한국인 피난 캠프 계획을 세웠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단독 보도한 것이다. 보수단체의 반발이 커지자, 한국방송은 같은 해 7월3일 이승만 대통령 기념사업회의 주장을 담은 반론 보도를 <뉴스9> 앞쪽 순서에 배치하고 긴 분량을 할애해 내보냈다. 해당 보도는 나중에 망명 요청 날짜 오류가 드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한국방송 디지털뉴스 부문에서는 이 보도와 관련해 이승만 전 대통령을 임진왜란 당시 백성을 버리고 도성을 빠져나간 선조와 비유한 온라인용 기사를 내보냈는데, 티브이 뉴스에 관여하는 보도본부 간부 2명과 함께 디지털부문 간부 2명이 평기자로 인사가 난 것이다. 당시 한국방송 회사 쪽은 “해당 간부들이 1년 가까이 근무한 상태로, 인사할 때가 되어 인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디지털뉴스 실무자들은 ‘문책성’, ‘징계성’ 인사로 받아들였다. 한국방송은 그 뒤로 하루 20개가량인 페이스북 게시물 콘텐츠를 고르는 일을 팀장과 부장이 아침 회의를 통해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기자는 논문에서 “결과적으로 케이비에스 페이스북 뉴스 페이지는 단순히 보도국에서 생산한 메인뉴스 콘텐츠를 재가공해 보여주는 통로로 이용되게 되었다. 제작기능을 없앤 엠비시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케이비에스와 엠비시의 경우 소셜미디어 전략의 주체가 실무 담당자가 아니라 간부였고, 목표는 콘텐츠 확산이 아니라 통제의 용이함에 있었다”고 풀이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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