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언론노조와 김성수·추혜선·윤종오 의원 공동 주최로 ‘민영방송의 공공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방송>(KBS)·<문화방송>(MBC)·<교육방송>(EBS) 같은 공영방송만 공익성을 지켜야 할까? 방송법은 민영방송도 공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도 민영방송을 두고 “국가의 자산인 주파수를 사용해 시청자에게 방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만큼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수행할 의무가 있다”(19일 민영방송 토론회 축사)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간 민영방송은 대주주의 제작 개입·일방적 인사 조처·권력 유착 등으로 ‘방송 사유화’ 논란을 앓았다. 이 때문에 언론계 종사자와 시민단체들은 민영방송 재허가 심사 강화와 대주주 전횡 규제 입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언론노조, 김성수(더불어민주당)·추혜선(정의당)·윤종오(민중당) 의원이 공동주최한 ‘민영방송의 공공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주주의 전횡 논란이 일었던 <에스비에스>(SBS)와 경기·인천지역 <오비에스>(OBS), 대구·경북지역 <티비시>(TBC) 등 민영방송 종사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천대성 언론노조 티비시 지부장은 “지역 방송사에서 20년을 일했는데, 그동안 대다수 민영방송 대주주가 바뀌었다. 대부분 대주주가 본업을 부실하게 경영하다 자기 지분을 내놓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가 (방송사의) 자본금을 빼가는 일이 벌어졌다. 감시와 견제가 전혀 없다 보니 대주주는 방송사들을 자기 소유물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민영방송에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하라고 권고하는데, 그 경영인의 생살여탈권을 대주주가 쥐고 있다. 대주주에 의해 5년 동안 사장이 네 번 바뀐 방송사도 있다. 그러니 민영방송은 공공성을 망각한 채 수익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영 언론노조 오비에스 지부장도 ‘대주주 전횡’을 두고 마찬가지 지적을 했다. 오비에스 대주주와 경영진은 경영상 위기를 이유로 지난 4월 직원 13명을 정리해고 한 바 있다. 이후 7월 경기지방노동위는 이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정을 했고, 해직자들은 8개월 만인 지난 15일에야 모두 원래 일터로 복직했다. 또 오비에스는 올해 말까지 30억원 증자 등을 조건으로 방통위로부터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지만, 대주주는 현재까지 구체적 이행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유 지부장은 “오비에스 대주주는 방송을 사업에 활용하려고 했다. 방송 콘텐츠 제작은 ‘비용’으로 인식했다”고 지적했다.
각 민영방송 종사자들은 대주주 개입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한 곳으로 에스비에스를 꼽았다. 에스비에스에서도 대주주의 보도개입·방송 사유화 논란이 제기됐으나, 노사는 지난 10월 사장과 편성·시사교양·보도 최고 책임자 임명동의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에스비에스 본부장은 “민영방송에 몸담은 방송노동자는 대주주 전횡 문제로 끊임없이 고통받아왔다”면서 “사장 임명동의제를 지상파 재허가 조건에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민영방송 정상화’는 대주주의 선의에 기댈 것이 아니라, 방통위 차원의 재허가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이제까지 지상파 재허가 제도는 허가보다 면허 갱신에 가까웠다. 민영방송 사업자는 사업권을 자연 독점했고, 그러다 보니 규제기관이 (방송사에) 끌려가게 됐다”고 분석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방통위의 재허가 조건 보완이 중요하다”면서 “재허가 조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민영방송 사업자는 냉정하게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주주 전횡을 막기 위한 입법 논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고낙준 방통위 지상파정책과장은 “현행법에는 민영방송 소유·경영 관련 법 조항이 없다. 방송법에 방송사의 소유와 경영 분리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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