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점심시간에 와이티엔 구성원들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와이티엔 사옥 1층에서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와이티엔 노동조합 제공
최남수 사장 내정 이후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보도전문채널 <와이티엔>(YTN)이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 절차 돌입과 함께 보도국 간부가 보직을 사퇴하는 등 ‘최 사장 내정 반대론’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와이티엔 노동조합은 최남수 사장 내정자를 사장으로 승인하는 와이티엔 주주총회(22일)를 앞둔 20~21일 이틀 동안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노조는 최 내정자와 와이티엔 ‘적폐청산’ 기준·제도 마련을 두고 벌인 협상이 결렬되자, 와이티엔 기자협회·영상보도인협회·기술인협회 등 사내 직능단체와 함께 ‘와이티엔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출범시켰다.
(▶관련 기사: “최남수 사장 반대” YTN노조,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들은 최남수 사장 내정자의 자진사퇴와 함께, 김호성 상무(사장 직무대행), 류제웅 기획조정실장 등 조준희 사장 체제에서 간부를 지낸 간부진의 사퇴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와이티엔 정상화 지체에 책임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해직 9년 만에 회사로 복귀한 노종면 기자가 노조의 투쟁에 힘을 보태고자 보도국장직 내정을 거부한 가운데, 기존 보도국 간부 중에서 보직을 내려놓는 이가 나왔다. 강성웅 편집부국장은 지난 11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저는 최근 노동조합과 직능단체들 그리고 후배들의 잇따른 요구에 공감합니다. 와이티엔이 과거를 성찰하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것입니다. 또 그에 걸맞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이런 방향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그는 이어 “누구에게나 공과 과가 있겠지만 우선 저부터 내려놓겠습니다”고 밝혔다.
와이티엔 실·국장들은 공동명의로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최근 주주총회를 앞두고 노사대립이 다시 격화되고 있는 데 대해 실·국장들은 깊은 우려를 표명합니다”라며, 노조를 향해 다시 협상에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최 내정자에 대해서는 “(내정자가) 회사를 두 번 등진 것은 비판받을 수 있지만, 사장을 못 할 정도의 치명적인 결격 사유라고는 보기 어렵다”며 “최 내정자는 노조의 요구대로 2년이든 3년이든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간부들은 모두 보직에서 배제하고 새판을 짜기 바란다. (…) 사장 내정 이후 드러난 칼럼 등은 본인이 경솔했던 점을 인정한 만큼 내정자는 취임 이후 구성원들에게 다시 사과와 해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김호성 상무(사장 직무대행)를 향해 “새 사장 취임 이후 일련의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본인 거취에 대한)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남수 내정자는 14일 <한겨레>와 전화 통화에서 “실·국장들이 스스로 보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만큼, 노조가 다시 협상에 응하면 노조의 입장을 많이 반영하려고 한다. 주총이 정상적으로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언론·시민단체는 한전케이디엔(KDN), 한국마사회 등 와이티엔 공기업 대주주의 결단을 촉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최남수 내정자는 내정 이후 여러 차례 적폐청산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와의 네 차례 협상 과정에서 보인 그의 태도 속에선 적폐청산과 개혁에 대한 실천 의지를 찾을 수 없었다”며 “결국 와이티엔 구성원은 물론 와이티엔 정상화를 염원했던 촛불 시민들은 최남수씨는 와이티엔 정상화를 이끌 인물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제 결자해지는 와이티엔의 주주들 몫이 됐다”고 주장했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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