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MBC 새 사장(왼쪽)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에 첫 출근해 김연국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본부장과 함께 ‘노사공동선언’을 발표하기 전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화방송>(MBC) 노사는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강지웅, 박성제, 박성호, 이용마, 정영하, 최승호의 해고를 무효로 하고 2017년 12월8일자로 전원 복직시킨다. 문화방송 대표이사 사장 최승호.”
이제, 건물 출입조차 막아서는 청경은 사라졌다. 대신 수백명의 문화방송 직원들이 마중 나와 박수와 환호로 맞이했다. 해직 2000여일을 앞두고 ‘대표이사’로 복직한 최승호 사장의 첫 출근길 곳곳에서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최 사장은 8일 오전 8시35분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 1층 로비로 들어섰다. 취임 일성은 예고한 대로 해고자 복직이었다. 곧장 김연국 노조위원장과 함께 ‘해고자 복직 엠비시 노사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최 사장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국민’이란 단어를 가슴에 심고 싸워오셨다. 대표로 감사드리고 싶다”며, “첫 업무로 해직을 무효로 하고 복직을 명하는 업무 지시를 곧바로 하겠다. 그리고 앞으로 여러분의 꿈과 가장 간절한 뜻을 헤아려서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 문화방송이 이른 시일 내에 일어서서 국민께 다가가는 날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함께 노사 공동선언을 낭독한 김 위원장은 “해직 언론인으로서 그동안 고생하고 함께 싸워온 최 선배가 사장으로서 시청자만 바라보고 공영방송 종사자로서 헌법과 방송법을 지키며 경영할 것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최 신임 사장은 14층 사장실로 이동할 때, ‘임원용’으로 따로 마련된 엘리베이터 대신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최 사장은 “저는 엠비시에 못 들어왔었으니까, 14층도 당연히 전혀 모른다. 직원들이 첫 방문을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노사 공동선언을 보기 위해 자리에 모였던 직원들 가운데 수십명이 함께 이동했다. 최 사장은 “그동안 온갖 단절과 소외의 상징이 된 것들을 하나씩 철폐하려고 한다. 의견을 주시면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문화방송 14층에는 사장실, 접견실, 기타 임원실 등이 마련돼 있다. 그 가운데 접견실은 인사위원회가 주로 열리는 장소로, 상암 사옥으로 옮긴 2014년 뒤로 수많은 직원이 ‘부당 징계’를 받기 전에 거쳐 간 곳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최 신임 사장과 함께 접견실을 둘러보며 “그동안 14층은 직원들에게 폐쇄와 권위의 상징 같은 공간이었다. 대부분의 직원이 징계받는 일이 아니면 이곳에 올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14층을 둘러본 뒤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엠비시를 살려내야 하는 문제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면서, “앞으로도 14층은 직원들에게 열린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곧 인사를 통해 각 부문의 리더들이 새로 선정될 텐데, 그 리더들 또한 구성원과의 열린 소통에 앞장서 주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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