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새 사장에 선임된 최승호 <뉴스타파> 피디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열린 최종 면접을 마치고 나오며 문화방송 구성원과 인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문화방송> 새 사장에 최승호(사진) <뉴스타파> 피디가 선임됐다. 해직 1997일 만에, 사장으로 ‘복직’을 이룬 셈이 됐다. 오랜 기간 ‘탐사 저널리스트’로서 활약해온 최 피디는, 오랜 고민 끝에 문화방송 사장에 출사표를 던진 지난달 20일,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엠비시를 재건해 공적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는 공영방송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모든 것을 바치고 싶다. 그 일을 하기 위해 엠비시 사장 공모에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7일 오후 최종 사장 후보자 3명에 대한 최종 면접 심사를 진행한 뒤, 최승호 <뉴스타파> 피디를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면접 심사와 방문진 이사회 회의에는 모두 9명의 방문진 이사 가운데 5명(이완기·유기철·최강욱·이진순·김경환)이 참여했으며, 옛 여권(자유한국당) 추천인 김광동·이인철·고영주·권혁철 이사는 모두 불참했다. 이들은 김장겸 전 문화방송 사장 해임 의결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방문진 다수 이사진은 이날 이사회를 끝낸 뒤 주주총회까지 열어 최 피디를 사장으로 공식 임명할 계획이다.
새 사장에 선임된 최승호 피디는 1986년 문화방송에 입사해 1995년 <피디수첩>팀에 합류한 뒤 ‘검사와 스폰서’ 편,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 등 성역 없는 탐사보도로 송건호언론상, 안종필자유언론상 등을 받았다. 2003년 문화방송 노조위원장을 역임했으며, 2012년 170일 파업 도중 해직돼 5년여 동안 회사로 돌아오지 못했다. 하지만 해직 기간에도 온라인 탐사전문매체 <뉴스타파>에서 일하며 탐사보도를 이어갔고, 영화 <자백>, <공범자들>을 감독하기도 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 방송장악과 이에 저항하는 언론인을 그린 영화 <공범자들>은 ‘방송정상화’ 이슈를 환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최승호 신임 사장의 첫 업무는 ‘해고자 복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피디는 사장에 출사표를 던진 뒤부터 ‘해고자 복직’을 선결과제로 꼽은 바 있다. 또 지난 5일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 본부(노조)가 노보를 통해 “어떤 후보가 선임되든 새 사장의 첫 공식 직무 행위는 해고자 복직이 되어야 한다”며 “노조는 신임 사장이 8일 오전 첫 출근길에 노동조합 대표와 함께 해고자 즉각 복직을 담은 ‘노사 공동 선언’ 합의문을 대내외에 선포할 것을 제안한다”는 데 대해, “(노조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피디는 또 지난 1일 사장 후보자 공개 정책설명회에서는 지난 시기 부패와 권한 남용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철저하게 책임을 추궁하는 ‘노사 공동재건위원회’ 구성을 약속했다. 같은 날 부문별 혁신 방안으로 △뉴스 분야: 과거 반성으로 시작해, 기계적 중립성 뒤에 숨지 않는, 분석과 비판을 담은 뉴스, 백화점식 뉴스를 탈피한 디지털 퍼스트, 시청자 퍼스트 뉴스 △시사 교양 분야: 탐사보도 부활. 10년 뒤에 봐도 진실인 보도와 근본에 주목하는 다큐멘터리 제작 △드라마 분야: 공영방송다운 드라마로서 시대와 인간, 그리고 품격을 갖춘 드라마 제작 △예능 분야: ‘실패할 자유’ 보장 위해 파일럿 프로그램 활성화하고 피디들의 창의성을 위한 재충전 보장을 위한 시즌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방문진은 지난달 새 사장 공모 일정·절차를 정하면서 이번 새 사장 공모의 최우선 가치로 ‘투명성’을 꼽으며 공모 과정 대부분을 기자·시민들에게 공개해왔다. 1일 정책설명회에 이어, 7일 진행한 면접 심사 과정도 모두 문화방송 누리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생중계됐다. ‘시민 면접관’의 질문도 후보자들에게 전달됐다. 방문진은 지난 1~5일 사장 후보자에게 시민이 묻고자 하는 질문을 인터넷을 통해 취합했으며, 500여개의 질의가 쏟아졌다. 최 피디는 ‘현 정권에 비판적이지 않으냐’는 시민의 질의를 이진순 이사가 소개하자, “권력은 무조건 비판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무조건 정부를 비판하는 일은 없다. 그리고 (사장이 될 경우) 앞으로 보도에 개입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박준용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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