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공공외교위 민간위원으로 이강덕 실장 위촉 움직임
노조 “철회하라” 반발…이 실장, 외교부에 고사 뜻 전해
노조 “철회하라” 반발…이 실장, 외교부에 고사 뜻 전해
외교부가 2011년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 당시 <한국방송>(KBS) 정치부장으로, 검찰 수사 대상인 이강덕 대외협력실장을 공공외교위원회의 민간위원으로 위촉할 것으로 알려지자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 실장은 전직 외교부 고위 간부의 딸을 아무런 절차 없이 인턴으로 특혜채용하고 월급을 지급하게 한 의혹도 사고 있다. 한국방송 기관운영감사를 진행 중인 감사원은 한국방송 내부에서 이와 관련한 자료를 건네받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외교위는 지난해 제정된 공공외교법에 따라 이번에 처음 설치되는 외교부 산하기구로, 외교부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통일부 등 여러 정부부처가 협력해 외국에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사업을 총괄한다. 이 실장은 여기서 민간위원 5명 가운데 한명으로 10일 위촉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노조는 4일 성명을 내어 “이 실장은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에서 도청과 녹취록 유출 의혹의 핵심 인물이며, 최근 언론노조와 시민단체가 재수사를 요구하며 검찰에 고발한 6명 가운데 한명”이라며 외교부에 위촉 철회와 사과를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실장은 민간위원직을 맡지 않기로 했다. 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엊그제(1일치) 디지털주간에서 대외협력실장으로 인사가 나서 외교부 쪽에 사양의 뜻을 전했다”고 말했지만, 외교부 관계자는 “3일 밤 민간위원 위촉 보도가 나가고, 4일 낮 한국방송 노조가 반발하자 이 실장이 고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조는 “이번 위촉에 이 실장과 외교부 고위급 출신 모 인사와의 인맥이 작동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며 이 실장이 “워싱턴 특파원 당시 친하게 지낸” 전직 외교부 간부 딸 ㄱ씨의 ‘낙하산 금수저 인턴’ 채용 의혹도 제기했다. 이 실장이 디지털주간을 맡았던 4월, 아무런 절차 없이 갑자기 ㄱ씨를 디지털뉴스부에 데려와 기명기사를 작성하게 하고, ‘인턴 자료조사비’ 명목으로 한달에 180만원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현재 4기까지 채용된 한국방송 디지털뉴스 인턴은 모집공고 뒤 서류심사와 1, 2차 면접을 거쳤는데, ㄱ씨는 이런 과정을 밟지 않았다. 이 실장은 6월초 ㄱ씨를 ‘해외 인턴’으로 채용하려다 한국방송 기자협회의 문제제기로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실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혀 부적절한 채용이 아니었다. ㄱ씨는 공식적인 디지털뉴스 인턴이 아니고, 영어로 된 외교사료를 번역하고 분석하는 인턴이었다”며 “(기사를 쓰게 한 것은 ㄱ씨가) 영어와 한글에 다 능통해 시간이 남을 때 외교 원문을 번역해 디지털판으로 쓰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겨레>가 입수한 자료를 보면, 이런 해명은 석연치가 않다. ㄱ씨는 주로 외교사료·원문이 아니라, 기자들처럼 외신을 번역·참조해 기명기사를 썼다. 또한 4월19일에 쓴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는 시진핑 발언록 공개’ 기사는 애초 ‘디지털뉴스 인턴 ○○○’의 형식을 갖춰 ㄱ씨 실명으로 기사가 나갔다. 이는 다른 디지털뉴스 인턴이 쓴 기사와 같은 형식이다. 이 바이라인은 노조에서 ㄱ씨 문제를 제기한 직후인 6월4일 ‘디지털뉴스 외신 번역’으로 바뀌었다.
조혜정 박준용 기자 zesty@hani.co.kr
<알려왔습니다>
8월4일치 인터넷 한겨레 “KBS ‘도청의혹’ 핵심 간부, 전직 외교관 자녀 ‘인턴 특혜’ 논란” 기사에 대해 KBS는 전직 외교부 간부의 딸을 아무런 절차 없이 인턴으로 특혜채용한 바 없고, 이 문제와 관련하여 KBS 관계자가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를 받은 적도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ㄱ씨의 이름이 ‘디지털뉴스 외신 번역’으로 수정된 기사. 노조의 문제제기 직후 수정됐으나, ㄱ씨의 전자우편 주소는 그대로 남아 있다. 한국방송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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