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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논두렁시계 보도’ 반쪽조사 발표 “국정원 개입 확인 못해”

등록 2017-12-04 15:55수정 2017-12-04 16:43

자체 보도진상조사위 조사결과 발표
하금열 전사장·최금락 전 보도국장 조사 거부
취재기자 “대검 중수부 관계자에 들었다”
팀장·부장 등도 회사 내외부 보도개입 부인
‘논두렁’ 표현 출처 등도 확인 못해 ‘한계’
2009년 5월13일 <에스비에스>(SBS) 뉴스가 ‘논두렁 시계’ 를 보도하는 장면. 에스비에스 뉴스 갈무리.
2009년 5월13일 <에스비에스>(SBS) 뉴스가 ‘논두렁 시계’ 를 보도하는 장면. 에스비에스 뉴스 갈무리.

국정원 정치공작 의혹이 제기됐던 <에스비에스>(SBS) ‘논두렁 시계 단독 보도’에 대해, 국가정보원의 개입을 확인할 수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논두렁’ 표현의 출처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하금열 당시 사장 등 고위 관계자에 대한 면담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조사의 한계 탓에,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에스비에스 ‘논두렁 시계 보도경위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가 지난 34일간의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4일 발표했다. ‘논두렁 시계 보도’는 2009년 5월13일 에스비에스가 <8뉴스>에 ‘단독’ 리포트로 내보낸 기사를 말한다. 이 보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준 명품 시계를 받아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에스비에스의 ‘논두렁 보도’ 직전 하금열 당시 사장과 국정원 직원 4명이 접촉해 노 전 대통령 수사 보도를 적극적으로 요청했다고 발표하면서, ‘논두렁 시계 보도’에 대한 국정원 정치공작 의혹이 다시 불붙었다. 이에 에스비에스 노사는 외부 인사가 주도하는 진상조사위 구성에 합의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취재기자와 취재 및 보도 관련자 등 당시 보도라인에 있던 조사 대상자 모두 국정원이나 국정원을 통한 임원진의 보도개입에 대해 부인했다. 취재기자인 이 아무개 기자는 조사위와의 면담에서 “취재원은 대검 중수부 관계자”이며, 보도 당일 오후 1시께 대검찰청 청사 외부 휴게공간에서 우연히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이 관계자를 만나서 들은 이야기”라고 진술했다. 이 기자는 해당 취재원을 2007년부터 3년째 알아왔으며, 만약 국정원으로부터 취재한 내용이었다면 취재원을 국정원으로 밝혔을 것이라고 했다. 이 기자가 소속된 당시 법조팀 현장 반장, 사회2부장은 모두 보도와 관련해 회사 내·외부에서 어떤 내용도 들은 바 없다고 진술했으며, 해당 기사의 교정 이력에도 다른 사람의 참여 기록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조사위는 2009년 4월1일부터 5월13일까지 에스비에스 외부인 출입기록을 확인한 결과, 최금락 당시 보도국장을 방문한 외부인 중 소속이 확인되지 않은 인사는 3명, 하금열 당시 사장을 방문한 외부인 중 소속이 확인되지 않은 인사는 16명이라고 밝혔다. 조사위는 “이 중에 국정원 관계자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국정원 직원의 속성상 소속을 허위로 기재한 인사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두 조사위와의 면담을 거부해, 다른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하 전 사장은 조사위에 문자를 보내 “우리 기자의 취재 윤리와 양식을 믿는다. 덧붙이자면 논두렁 시계라는 말 자체를 방송이 나간 뒤에야 처음으로 듣고 알았다”고 전했다. 하 전 사장과 최 전 보도국장은 각각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실장, 홍보수석을 지냈다.

진상조사위 보고서 갈무리.
진상조사위 보고서 갈무리.
조사위는 또 ‘논두렁’ 표현의 출처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당시 취재기자는 ‘논두렁’ 표현을 검찰 관계자에게 들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조사위에 따르면 보도 전 취재진은 ’시계를 버렸다’는 사실은 추가 취재로 확인했지만, ‘논두렁’이라는 장소는 주요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해 추가로 사실 확인을 거쳤는지 아닌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대검찰청은 조사위에 노 전 대통령 수사기록 열람이 불가능하다고 답했으며, 국정원 개혁위 또한 수사기록을 열람하지 못한 채 국정원 전산 자료를 조사한 결과 ‘논두렁’ 단어가 포함된 문건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다른 언론사 기자들은 “검찰이 기사 내용을 부인하지 않아 그대로 썼다”고 조사위에 진술했다.

조사위는 김동준 사단법인 공공미디어연구소장, 이희영 변호사(SBS 시청자위원), 심영구 전국언론노동조합 에스비에스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장, 조기호 한국기자협회 에스비에스지회 부지회장으로 구성됐다. 조사 방법으로는 △해당 기사, 기획서, 취재정보 등 에스비에스 보도정보시스템 기록 분석 △취재기자, 법조팀장, 사회2부장 등 당시 취재진 및 보도책임자 면담 조사 △에스비에스 외부인 출입증 발급 및 출입기록 분석(2009년 4월~5월) △대검찰청과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 협조 요청 등을 동원했다. 결과 보고서 전문은 에스비에스 노동조합 누리집(www.sbsunion.or.kr)에서 볼 수 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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