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리영희상을 수상한 이용마 문화방송 해직 기자가 1일 저녁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동료 언론인들의 박수에 이 기자가 미소를 띤 얼굴로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뒤에서 휠체어를 끄는 이는 김민식 문화방송 피디.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제가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현재·경재를 위해서입니다. 저와 함께 상과 꽃다발을 받았으니 (이 기억을) 영원히 잊지 못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해직 2098일을 맞은 이용마 <문화방송>(MBC) 기자의 리영희상 수상 소감 일부다. 1일 저녁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제5회 리영희상 시상식에서 이 기자는 쌍둥이 아들 현재·경재와 함께 상을 받았다. 문화방송 구성원 등 축하 인파 250여명이 3층 현관부터 청암홀을 가득 채운 채 박수와 눈물로 이 기자의 수상을 축하했다.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 중인 이 기자는 시상식에 참석하고자 구급차로 이동해 저녁 7시20분께 시상식장을 찾았다.
MBC 해직기자 이용마 기자가 2017년 12월 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 제5회 리영희상 수상자로 수상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백영서 리영희재단 이사장, 작은 아들 이경재군, 이용마 기자, 큰 아들 이현재군, 부인 김수영씨.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이 기자는 “‘사상의 은사’로 불리는 리영희 선생은 언론인이자 지성인의 표상으로, 제가 가장 존경한 분 중의 한 분이다. 그런 분의 상을 받게 됐으니 저로서는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영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아이들이 꿈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자신들이 즐기는 일을 하면서도 존중받는 사회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아직 그런 사회가 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우리가 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자유와 평등,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사회가 되기를 다시 한 번 꿈꿔본다”고도 덧붙였다.
이 기자는 현재 몸상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기자는 “이제 제 생명의 불꽃이 조금씩 소진되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다”면서도 “더 늦기 전에 마지막으로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하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난해 복막암 진단 뒤 주로 자연치료를 해온 이 기자는 최근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이 기자는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니까 모든 걸 하늘의 뜻에 맡기고 운명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어떻게 보면 우리가 해야 할 겸손함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들 현재·경재는 한목소리로 “아빠, 우리 스무살 되기 전에 병 나으세요”라고 말했다. 곳곳에서 “힘내라” 구호가 터져나왔다.
신인령 심사위원장(이화여대 명예교수)은 이날 시상식에서 “수상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후보는 모두 각 분야에서 거짓을 들춰내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온 분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은 이 기자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무엇보다 이 기자가 온갖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과 투쟁 현장을 지킴으로써 방송민주화 투쟁의 상징이 되었다는 점 때문”이라고 심사 경위를 설명했다.
리영희상은 불굴의 의지로 진실을 추구해온 리영희 선생(1929~2010)의 정신을 잇고자 리영희재단(이사장 백영서)이 만든 상이다. 2013년 1회 리영희상은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정으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한 권은희 의원(국민의당), 2회는 최승호 피디 등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을 보도한 <뉴스타파> 취재진과 유우성 변호인단, 3회는 김효순 <한겨레> 대기자와 일본 개헌 반대운동을 한 다카다 겐, 4회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실태를 알린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수상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