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노조, <파업뉴스>서 퇴사한 간부 인터뷰
당시 고대영 해설위원장이 불러
“김인규 사장 원하는 대로 게시판글 써주라” 회유
당시 회사 내부 게시판엔 ‘인규어천가’ 줄줄이
한국방송 새노조의 <파업뉴스 15탄>의 한 장면.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 유튜브 갈무리
‘국가정보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고대영 <한국방송>(KBS) 사장이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방송 내부 여론조작까지 주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파업뉴스 15탄>을 통해 이런 내용을 폭로했다. 새노조 파업뉴스팀은 김인규 전 사장 시절 ‘코비스’(한국방송 내부 게시판)에 여론조작이 있었다는 한국방송 전 간부 ㄱ씨의 증언을 확보했다. 2009년 ‘엠비(MB)특보’ 출신 김인규 당시 한국방송 사장 취임 전후, ‘낙하산 사장’이란 한국방송 안팎의 비판이 거센 와중에 정작 한국방송 내부 게시판(코비스)에는 김 사장을 찬양하고 노조를 비판하는 글이 줄기차게 올라왔다. 이른바 ‘인규어천가’라고 불렸던 이런 글의 생산과 유포에, 김 사장과 당시 고대영 해설위원실장(현 한국방송 사장)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증언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한국방송 전 간부 ㄱ씨는 파업뉴스팀과의 인터뷰에서 “시스템을 이용해서 여론조작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1차로 (사장) 비서실장 선에서 안 통하면 2차로 당시 고대영 해설위원실장이 직접 나서고, 3차로 사장이 직접 나서서 인사상 특혜를 미끼로 회유하기도 했다. 게시글은 대부분 써주는 대로, 또 불러주는 대로 올렸고 대부분 (김인규) 사장을 엄호하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ㄱ씨는 또 “당시 고대영 해설위원실장이 직접 나를 찾았다. 차 한잔 하자고 하더니 대뜸 나에게 ‘아이 선배 그것 좀 (김인규) 사장이 원하는 대로 해주시지 왜 그러십니까' 요구를 했다”고도 전했다.
한국방송 새노조의 <파업뉴스 15탄>의 한 장면.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 유튜브 갈무리
ㄱ씨는 고대영 당시 실장의 회유와 압박을 받고도 글쓰기를 거부했지만, 거의 같은 내용의 글이 하루 뒤 코비스에 올라왔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안 한다고 그러니까 다른 사람을 물색해야겠다고 그렇게 말하더라. 궁금해서 코비스에 들어가 보니까 과연 (글이) 올라와 있었다. 게시글 문안이 전날 나한테 불러준 내용과 거의 흡사했고, 게시자가 카피(복사)해서 올린 걸로 파악되더라”고 말했다.
파업뉴스팀에 따르면, ㄱ씨 대신 코비스에 글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라디오 피디 ㄴ씨는 얼마 뒤 국장으로 영전했다. 김강훈 라디오국 피디는 파업뉴스팀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누구나 코비스에 그런 식으로 충성 글을 올리면 사장한테 시그널(신호)을 주고 이너서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일종의 프리패스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ㄴ피디는 파업뉴스팀과의 인터뷰에서 회사 쪽의 사주를 받아 해당 글을 올렸다는 걸 부인했다. ㄴ피디는 “(코비스에 글을) 두 번을 썼는데 두 번 다 제 의지대로 쓴 거라고 그렇게 알아달라”고 말했다.
새노조 파업뉴스팀은 “코비스에 충성 글을 올리는 여론조작을 통해 매관매직의 행태가 벌어진 배후에 고대영 현 사장이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국정원과 밀접한 관련을 맺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고대영 사장이 국정원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내 여론전에 앞장섰던 셈”이라며 “김인규에서 고대영으로 이어지는 현 체제가 한국방송 구성원의 생각과 여론을 어떻게 왜곡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대영 사장은 이런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겨레> 전화와 문자에 답하지 않았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