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한국방송공사 사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해 감사가 열리지 못하는 동안 미소를 머금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금품수수, 보도 자율성 침해 등 각종 논란을 일으키며 <한국방송>(KBS) 노조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고대영 사장이 <연합뉴스>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진흥회) 이사를 직접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고 사장이 공영언론을 관리·감독하는 이사의 추천권을 행사한 것을 놓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복수의 언론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고 사장은 지난달 30일 한국방송협회 추천권을 행사해 <연합뉴스> 대주주인 진흥회 이사에 진홍순 전 <한국방송> 이사를 추천했다. 고 사장은 지난해 8월부터 방송협회장을 맡고 있다.
<연합뉴스>의 지분 30.77%를 보유한 대주주인 진흥회는 <연합뉴스> 사장을 추천하고 회사를 관리·감독한다. 3년 임기의 진흥회 이사진은 국회가 3명(국회의장·여당·야당), 대통령이 2명, 한국신문협회·방송협회가 각 1명씩을 추천해 구성된다. 진흥회 이사진은 다음달 말 새로 꾸려질 예정이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방송협회 몫 진흥회 이사는 회장이 직접 추천하거나, 협회 차원에서 여러 인사가 논의한 뒤 의견을 모아 추천하는 등 추천 방법이 다양했다. 이번에는 회장인 고 사장이 직접 추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사장이 진흥회 이사 추천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제도적 허점이 드러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방송> 구성원들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200만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고 사장이 하루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그가 방송협회장직을 유지하는 한 독자적 진흥회 이사 추천 행위를 검증·규제할 방법이 없다. 이주영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장은 “방송협회·신문협회 몫 이사 추천에 특정인의 의사가 아닌, 언론계 전체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 사장이 추천한 진홍순 전 이사는 <한국방송> 특임본부장 출신으로 지난 2009~2012년 옛 야권(민주당) 몫으로 추천돼 <한국방송> 이사를 지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비판해왔으며, 지난 5월 국민의당 추천 몫 방통위원 면접에 공모하기도 했다. 진 전 이사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고 사장의 연락이 와서 ‘주변 의견을 들으니 이사에 적절한 것 같다’고 말해 수락했다. (임명되면)<연합뉴스> 편집권 독립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고 사장은 <한겨레>의 해명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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