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명예훼손 관련 2차 공판에 출석하려고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문화방송>(MBC) 파업이 51일을 넘긴 가운데,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소수 이사가 24일 방문진 사무처에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 결의의 건’을 제출했다. 그러나 같은 날 고 이사장은 “자진 사퇴는 없다”고 밝혔다.
옛 야권 추천인 방문진 이사 3명(유기철·이완기·최강욱)은 “2015년 8월 제10기 방문진이 출범한 이후, 엠비시는 안광한·김장겸 두 사장을 거치면서 공정성·신뢰도·경쟁력·영향력 등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방문진의 대표로서 역할과 직무를 방기한 채 엠비시 경영진의 잘못과 비리를 앞장서 감싸고 비호해온 고 이사장의 책임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며 고 이사장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고 이사장이 문화방송의 공적 의무 실현과 경영 관리·감독이라는 방문진의 기본 책무를 방기했다는 주장이다. 불신임안은 다음달 2일 정기이사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만약 그 사이 보궐이사 2명이 임명되고 이들이 불신임안에 동참할 경우, 전체 9명 가운데 과반을 넘는 5명이 임시이사회 소집을 요청해 더 빨리 불신임안을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고 이사장은 같은 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공인으로서 언제 방문진 이사직을 그만둘 것인지 고민하면서 주변 의견을 수렴한 결과,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다른 옛 여권 추천 방문진 이사, 엠비시 임직원, 애국진영 인사 등의 의견을 들었더니, 사퇴에 찬성하는 의견이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자진해서 사퇴할 경우 최근 불거진 문화방송 여의도 땅 매각 종용 의혹, 골프 접대 의혹 등 비위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것이다. 고 이사장은 “나는 잘못한 게 없다”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 나를 이사직에서 해임할 경우, 사유를 살펴보고 해임무효소송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고 이사장은 방문진 이사회에서 이사장 불신임안이 통과하더라도, 이사직을 유지하며 방통위에서 해임할 때까지 버틴다는 계획이다.
한편, 앞서 사퇴한 유의선·김원배 방문진 이사 후임 임명권을 쥔 방통위는 25일로 예고한 전체회의를 하루 전날 취소했다. 이 회의에서 방문진 보궐이사 임명안을 의결하는 것을 일부 방통위원이 반대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방통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해외출장에서 막 돌아와 ‘후보 검증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국감이 끝나고 11월에 임명하자’는 일부 의견이 있어서 논의가 미뤄졌다”며 “파업이 장기화하는 만큼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보궐이사 임명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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