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스타트업 ‘쥐픽쳐스’ 국범근 대표
“십말이초는 MB 방송 장악 시작할 때
초등학생이거나 중학생”
공영방송 이슈에 관심 없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설명
“7분만 시간 내서 보시면 됩니다”
국범근 쥐픽쳐스 대표가 ‘엠비시 파업 문제 한방에 정리’ 영상에서 엠비시 구성원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를 설명하는 모습. ‘엠비시 파업 문제 한방에 정리’ 영상 갈무리
“기성 언론은 공영방송이 ‘망가졌다’고 표현하는데, 저처럼 ‘십말이초’(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를 이르는 말)에 속하는 사람은 <케이비에스>(KBS), <엠비시>(MBC)가 이전엔 어땠는지 잘 몰라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던 2008년에 초등학생이거나 중학생이었으니까요.”
시사 미디어 스타트업 ‘쥐픽쳐스’ 국범근 대표의 말이다. 쥐픽쳐스가 만든 ‘[이슈먹방] 엠비시 파업 문제 한방에 정리’라는 제목이 붙은 7분짜리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22일 게시된 이 영상은 한달 만에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만 ‘좋아요’ 3만8000여개, 공유 9299회, 조회 105만회를 기록했다(10월23일 오후 기준). 댓글은 5천개 넘게 달렸다. 지난 17일 ‘케이비에스 파업 한 방에 정리’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6분짜리 후속 영상도 게시 5일 만에 조회 수 11만회를 넘겼다.
‘이슈먹방’은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시사 이슈를 한 번에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서 제공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친구와 편하게 밥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콘셉트”로, 국범근씨가 직접 출연해 시청자가 댓글로 추천한 음식을 먹으면서 반말로 진행한다. 엠비시 편은 쟁반 짜장, 케이비에스 편은 피자가 등장하는 이유다.
“콘텐츠를 만들 때 두 가지 필터링을 거쳐요. 하나는 ‘내가 왜 이 영상을 만들어야 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시청자들이 이 영상을 봐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입니다. 쥐픽쳐스는 ‘십말이초’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관점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고요. 그런 목표에 맞는 주제다 싶으면 거기에서 출발해요. 또 ‘우리가 영상을 만들면 시청자들이 (알아서) 보겠지’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내가 시청자라고 생각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서 이 영상을 보면 어떤 걸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거죠.”
양대 공영방송 파업 영상을 만들 때도 두 ‘필터링’을 거쳤다. 신문·방송·포털 등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 방송 장악과 언론 탄압, 공영방송 노동자들의 싸움에 대한 뉴스가 쏟아졌지만, 단발적·파편적이라 이해하기 어려웠다. “오래된 일이다 보니까, 기성 언론은 굳이 파업이 왜 일어났는지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 그런지 새 소식을 업데이트해주는 데만 치중하더라고요. 전체적·심층적인 맥락 파악을 돕는 정리 콘텐츠가 나오면 의미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접근했습니다.” 쥐픽쳐스는 ‘파업’이란 단어의 뜻 설명부터 시작해서, 지난 9년 동안 청와대·국정원·공영방송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을 “이 이슈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한다.
시청자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공영방송 파업 관련 콘텐츠를 게시하기 전 쥐픽쳐스 페이스북 페이지 구독자 수는 7만7천 수준이었는데, 콘텐츠 게시 사흘 만에 10만을 돌파했다. 신규 구독자 대부분은 십말이초. “영상을 봐주었으면”하고 바랐던 집단이다. 국씨는 “영상 댓글에 자신의 친구들을 태그하면서 ‘이거 유익하니까 봐라’라고 추천하는 내용이 많았다”고 말했다.
“우리 세대한테 공영방송 파업은 예외적인 상황으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상수였어요. 저기는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항상 싸우고 있고 그게 당연한 거라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듣도 보도 못한 거죠. 저도 영상을 만들면서 많이 공부해야 했고 새로운 걸 많이 알게 됐어요. 흩어져 있던 파편 조각들을 직접 찾아서 퍼즐을 짜 맞추려면 품이 많이 드는데, 제가 비슷한 입장에서 그런 작업을 거쳐서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로 만드니까 호응을 받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국씨는 자신처럼 다른 10·20세대도 공영방송 파업의 이유와 맥락 설명에 대한 갈증이 컸다고 분석했다.
‘영화 남한산성 보기 전에 병자호란 알고 가자’(7분 분량), ‘위안부 문제 총정리’(10분 분량), ‘진짜 북한이랑 전쟁이 날까?’(4분 분량) 등으로 ‘이슈먹방’ 시리즈는 계속된다. 국씨는 공영방송 파업과 관련한 후속 콘텐츠 제작 계획을 묻자 “아직 없다”면서도, “앞으로 공영방송 문제를 관심 갖고 지켜보면서 응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씨가 10대 후반 시절 1인 미디어로 시작한 쥐픽쳐스는 2015년부터 ‘한국역사인물랩배틀’, ‘범근뉴스’ 등 역사·시사 콘텐츠를 생산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월에는 미디어 전문 액셀러레이터 ‘메디아티’의 투자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쥐픽쳐스의 콘텐츠는 페이스북 페이지(facebook.com/Gpictures2013), 유튜브 채널(youtube.com/user/Gpictures1)에서 만날 수 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