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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바꿔야 ‘만나면 좋은 친구’로 돌아온다

등록 2017-10-01 20:56수정 2017-10-01 21:13

KBS·MBC 파업 한달
<문화방송(MBC)과 <한국방송>(KBS)의 파업이 3일로 한달째를 맞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 앞 광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화방송(MBC)과 <한국방송>(KBS)의 파업이 3일로 한달째를 맞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 앞 광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번 파업은 방송 정상화를 향한 마지막 싸움이 됐으면 한다.” 지난 9월4일 시작된 <문화방송>(MBC)·<한국방송>(KBS)의 총파업 집회 현장에서 한달간 ‘경영진 퇴진’ 못지않게 자주 언급됐던 말이다. 이번 파업으로 짧게는 지난 9년, 길게는 공영방송 설립 이후 계속된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에 마침표를 찍자는 뜻이다.

‘방송 정상화’를 이루려면 현재 경영진의 교체만큼이나 소유구조 재정비도 중요하다. 그간 공영방송 사장 임명과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문화방송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6 대 3, 한국방송 이사는 7 대 4의 비율로 여야 정치권이 나눠 추천해왔다. 이러한 이사회 구성은 공영방송의 역행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전공자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한국 공영방송의 소유구조는) 정치적 독립성을 실현하는 구조도 아닐뿐더러 시민의 정치적 의사 반영을 잘하는 구조도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인사·보도 부문에서 정권의 과도한 개입이 심심찮게 일어난데다, 이사회도 다수 일변도의 의사 결정으로 시민의 정치적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헛도는 언론장악방지법 논의 국회에서 비정상적 방송사 소유구조를 개선하자는 제안은 지난해부터 계속됐다.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 162명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등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묶어서 ‘언론장악방지법’이라고도 한다. 이 법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여야 7 대 6 구성으로 조정 △사장을 뽑을 때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 △사업자와 노동자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 명문화 △법 통과 시 3개월 안에 공영방송 사장·이사 재구성 등이 핵심이다.

여야 이사추천 MBC 6:3 KBS 7:4
정권 개입 유리한 소유구조에도
언론장악방지법은 1년째 국회 계류

영국 BBC 이사 정부추천 1/3 정도
시민사회 참여 독일 공영방송 본뜬
‘이사·사장 국민추천’ 대안 등 나와

하지만 이 법안은 발의한 지 1년 넘도록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가장 크게 문제 삼는 것은 이 법 통과 시 3개월 안에 공영방송 사장·이사진을 새로 구성하도록 한 대목이다. 민주당 등은 법안의 이 내용을 지난 정부 때 임명된 문화방송·한국방송 사장과 이사진을 교체할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로 풀이한다. 자유한국당은 “노영방송을 만들어선 안 된다”며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구성 조항도 빼자고 주장한다.

정부·여권 안에서도 언론장악방지법을 이대로 처리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제기가 나온다. 8월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때 문재인 대통령이 “(공영방송 사장이) 소신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도 “특별다수제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덜 정파적인 안을 마련하려 한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밝혔다. 이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인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방통위를 비롯해 현재 계류된 언론장악방지법의 여러 대안들이 3개월 이내에 나올 예정이다. 두루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비비시·독일 체트데에프 살펴보니 이참에 국외 사례를 다양하게 참고해 한국 공영방송의 새판을 짜자는 제안도 나온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영국의 <비비시>(BBC) 모델과 독일의 <체트데에프>(ZDF) 모델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논의할 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영국 비비시의 이사진은 14명이다. 이 가운데 5명이 정부 추천 인사고, 나머지는 지역·의회·비비시 내부를 대표하는 이들이다. 규제권한은 독립된 정부기관인 ‘오프콤’이 가진다. 물론 장단점은 있다. 정준희 교수는 “비비시 모델은 정치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는 게 장점이지만, 이는 엘리트들이 자율적으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구조가 있어야만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사례는 또 다른 대안이다. 독일 제2공영방송인 체트데에프는 이사회 격인 방송위원회가 60명의 이사들로 이뤄져 있다. 모두 각 지역·직능 등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이들이다. 주정부, 연방정부, 의회, 교회, 노동조합 등이 할당된 몫을 뽑는다. 공영방송의 운영 등에 시민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반영하는 형태로, 매우 민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익·시민단체들의 사회기반과 시민대표성이 약한 한국에 그대로 도입하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식’ 공영방송 모색하는 새 제안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언론장악방지법보다 시민 참여 폭을 확대하자는 논의도 진행된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공영방송 이사 국민면접제’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공영방송 이사진 가운데 일부를 시민 추천 몫으로 두고, 임의로 뽑힌 시민 추천인단이 ‘국민면접’을 통해 이들을 추천하는 내용이다. ‘국민참여재판’의 요소를 방송사 소유구조에도 옮겨오자는 아이디어다. 이용마 문화방송 해직기자 또한 언론장악방지법의 대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그는 “공영방송 사장 임명 시 사장추천위원회를 국민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종대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은 “공영방송의 핵심은 방송이 공공재라는 것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나온 방안보다 공공의 이해관계가 더 반영된 사장·이사 선임구조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라며 “현실적인 면은 따져봐야 하지만 시민의 의견을 잘 반영해서 방송사의 구성원에게 편집·편성 자율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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