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보도국 취재기자들이 8월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로비에서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제작거부 기자회견을 통해 부당한 보도검열 사례들을 폭로하고 경력기자 채용공고를 낸 회사의 결정을 규탄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문화방송>(MBC)이 최근 4년간 신입사원은 뽑지 않은 채 경력·계약직 사원만 대거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가 2012년 파업에 참가한 구성원을 배제하고, 이 자리를 대체할 인력 채용에만 집중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제출받은 ‘문화방송 인력 현황’을 보면, 회사 경영진은 2012년 파업 이후 5년간 경력·비정규직 사원 채용에만 주력했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문화방송이 채용한 경력사원은 291명이다. 2012년 말 154명이던 계약직 직원은 올해 9월 기준 319명으로 늘었다. 반면 정규직 신입사원은 2013년 15명을 뽑은 뒤, 2014년부터 올해까지 한 명도 뽑지 않았다. 경영진이 경력사원 채용에만 공들인 것은 ‘노조 탄압’을 염두에 둔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지부(노조)는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 이후 200명이 넘는 직원이 ‘유배지’로 쫓겨났다”며 “경영진은 그 빈 자리에 경력직원을 뽑아 보도부문 등 주요부서에 배치했다”고 강조했다. ‘문화방송 인력 현황’에는 실제로 2012년 이후 채용된 256명 가운데 36.3%에 해당하는 93명의 경력사원이 보도국에 배치된 것으로 나타난다.
문화방송 경영진은 2012년 파업 이후 잇따른 시용·경력기자 채용으로 노조원을 대체하고, 노조 활동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난해 공개된 ‘백종문 녹취록’에서 백종문 부사장은 경력사원의 출신지를 따져 인사 검증을 하는 등 회사 요구를 잘 따를 것으로 보이는 직원을 차별 채용하려 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경영진은 지난 8월 문화방송 내부에서 제작거부가 확산될 때에도 대규모 경력직 채용을 시도했었다.
문화방송이 신입사원을 뽑지 않아 고용 상황 악화에도 일조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화방송의 채용 행태는 <한국방송>(KBS)이 지난해 101명의 신입사원을 뽑은 것과도 대조된다. 고용진 의원은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한 시점에서 문화방송 경영진은 경력사원과 비정규직 채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문화방송 경영진이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무를 망각한 지는 오래됐다”고 밝혔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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