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한국방송>(KBS) 사장. 영화 <공범자들> 화면 촬영.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방송사 출연자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방송사 인사에까지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당시 <한국방송>의 고위 간부였던 고대영 사장과 변석찬 이사 역시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의 언론 장악 시도에 연루돼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노조)는 13일 오후 성명을 내어 “고 사장이 보도본부장으로 있던 2011년 2월8일 <시사기획 창> ‘국가인권위원회’ 편의 윤도현씨 내레이션이 급작스럽게 무산됐다. 당시 고 사장이 보도책임자였고, 그가 담당 기자의 해외출장 하루 전에 출장을 반려해 국가인권위 관련 취재를 방해했다는 점에서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도현씨가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있어 보도책임자였던 고 사장이 그의 내레이션 출연을 막은 게 아니냐고 의심한 것이다.
노조는 한국방송 라디오 센터장 출신의 변석찬 이사가 당시 라디오 피디 인사 보복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변 이사는 옛 여당 추천을 받은 다수 이사 가운데 한 사람이다. 노조는 “2010년 초 순환근무 규정이 바뀌면서까지 엠비(MB) 주례연설 방송 반대 투쟁에 적극적이었던 고참 라디오 피디들이 지역으로 발령났고, 새노조에 소속된 라디오 담당 간사는 비제작부서로 강제 발령 난 바 있다”며 “라디오 피디들이 보복성 지역 발령을 받는 과정에서 당시 담당 부장인 변 이사가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청와대와 국정원의 사찰과 탄압 공작은 내부자들의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조합 차원에서 위의 내용들에 대한 강력한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명박 블랙리스트’ 82명 가운데 한 사람인 배우 문성근씨는 정부와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소송에는 구체적 사례가 필요하다. 경제적인 피해가 없었던 분들도 형사소송에는 참여할 수 있다”며 지상파 방송 3사 노조와 영화제작가협회, 영화감독조합에 자체조사를 요청했다. 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미 몇몇 사람은 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다”며 “국정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그걸로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다 밝혀낼 수가 없다. 그걸 밝히려면 피해자들이 소송을 해야 하는데, 여기엔 국정원한테서 이 사람들을 출연시키지 말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방송국 사람들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금비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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