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제동씨가 13일 오전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에서 총파업 응원 발언을 하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씨가 “전세 사는 사람이 큰소리 치면 안 된다”며 김장겸 <문화방송>(MBC) 사장 퇴진을 촉구했다.
김씨는 13일 오전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 로비에서 열린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노조) 집회 현장을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엠비시는 김장겸씨 것이 아니다. 김장겸씨는 전세 사는 사람이고, 집주인은 당신들(문화방송 사원들)”이라며 김 사장 퇴진 운동에 힘을 보탰다. 이명박 정부 때 국가정보원이 만든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실이 최근 확인된 그는 “제가 겪은 일은 여러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유명하다고 불리는 사람만 주목받는 것 같아 미안함이 크다”면서 “열심히 응원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2010년 국정원 직원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 사회를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밝혔다. 그는 2012년 4월2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런 증언을 한 바 있다.(▶관련기사
김제동 “국정원 직원이 두번 찾아왔다”) 이날 집회에선 “자신을 브이아이피(VIP)에게 직보하는 사람이라 소개한 국정원 직원이 제게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사회를 봤으니 다음 추모제는 다른 사람이 해도 되지 않느냐. 제동씨도 방송해야 되지 않느냐’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또 “그날 (회유를 거절하고) 집에 들어가는 순간 무릎이 꺾이고 무서웠다. 다음날 아침에는 공황장애까지 왔다”며 “당시에는 설마 그 직원이 브이아이피한테 직보하는 사이일까 생각했는데, 이번에 확인된 국정원 문건을 보니 진짜였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국정원 직원이 저를 만난다는 보고 문자를 저에게 보낸 적이 있다”며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이어 문화인 블랙리스트를 만든 사람들을 두고 “저들은 실패했다. 지금도 실패하는 중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정치인들한테 코미디를 그만두라 하자. 내 직업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