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기자인 신봉승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 복지국장(오른쪽)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신관 광장에서 열린 ‘총파업 8일차 본사 조합원 집회’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페이스북 라이브’로 중계방송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화방송>(MBC)·<한국방송>(KBS) 메인 뉴스가 총파업 등 공영방송을 정상화하자는 목소리를 편향적으로 보도하며, 자유한국당의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 프레임에 손발을 맞추고 있다.
<한겨레>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1~6일 ‘방송 모니터’ 보고서와 7~10일 문화방송 <뉴스데스크>, 한국방송 <뉴스9>,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 에스비에스(SBS) <8뉴스> 등 방송사별 주요 뉴스 프로그램을 비교분석해 보니, 문화방송은 이 기간 동안 파업 관련 뉴스를 22건 쏟아냈다. 보도량에선 20건을 보도한 제이티비시, 10건을 보도한 에스비에스 등을 앞질렀지만, 내용은 회사 쪽의 견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5일 김장겸 사장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용노동부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출석했을 때 두드러졌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취임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사장이 정권을 등에 업은 사실상 무소불위의 언론노조를 상대로 무슨 부당노동행위를 했겠나”라는 김 사장의 발언을 그대로 내보냈다. 앞서 1일 김 사장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을 때는 “문화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정권의 탄압이 드디어 사장 체포영장 발부로 노골화됐다”는 회사 쪽 주장을 한 꼭지로 만들어 보도했다. 문화방송은 경영진을 비판하는 <한겨레> 등의 보도를 “‘지라시’ 매체와 언론노조의 비열한 야합”이라고 비난하는 특보를 지난 7일 내는 등 ‘장외보도’에도 힘쓰는 모양새다.
9월5일 김장겸 <문화방송>(MBC) 사장의 고용노동부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 출석을 다룬 <뉴스데스크> 보도. 문화방송 갈무리
한국방송은 방송정상화 요구 파업에 ‘무보도’로 맞서고 있다. 이 기간 <뉴스9>이 보도한 파업 관련 보도는 10건으로, 조사 대상인 네 방송사 가운데 에스비에스와 함께 가장 적은 양을 기록했다. 그나마 내용도 문화방송과 마찬가지로 회사 주장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한국방송이 파업을 중단시키려는 ‘긴급 조정’을 고용노동부에 요청한 5일엔 이를 별도의 리포트로 만들어 보도하기도 했다.
문화방송과 한국방송은 공통적으로, 방송 정상화 요구를 ‘정부의 방송장악’으로 왜곡한 뉴스도 내보냈다. 김 사장 체포영장 발부를 이유로 한동안 국회 보이콧까지 감행한 자유한국당과 같은 논리로, 두 방송사는 자유한국당의 집회와 국정조사 요구도 주요하게 다뤘다. <뉴스데스크>는 8일, 더불어민주당의 방송 개혁 관련 비공개 문건을 네 꼭지나 보도했다. 이날 <티브이조선>이 ‘여권의 방송장악 로드맵’이라고 단독 보도한 내용을 받은 것인데, 웬만큼 큰 특종이 아니고서야 타사가 먼저 한 보도를 네 꼭지나 내보내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방송도 이날 이 문건을 2개의 리포트로 만들어 보도하며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앞세웠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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