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지지’ MBC 프리랜서 앵커 김경정씨
작년 MBC 입사 라디오 뉴스 진행
“체포영장 편향보도 뒤 퇴사 결심
김장겸 사장 옹호한 뉴스 읽기 힘들었다”
작년 MBC 입사 라디오 뉴스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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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에서 라디오 뉴스 프리랜서 앵커를 했던 김경정씨가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가 총파업을 시작한 4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나 파업 지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저는 프리랜서 라디오 뉴스 진행자 김경정입니다”
2016년 2월부터 MBC에서 ‘라디오 뉴스 진행자’ 6명 중 한 명으로 일해 왔습니다. 아나운서국이 아닌 보도국 소속으로 매 시간 라디오 뉴스를 진행했습니다.아나운서가 하는 일이었지만, 캐스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습니다. 납득할 수 없었지만 MBC의 내부적인 사정 때문이라고 짐작했습니다.
얼굴을 볼 수 없는 라디오뉴스. 3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청취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목소리뿐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좋았습니다.
때로 의미 없는 기사들이 반복되고 말이 안 되는 기사가 나와도 말없이 뉴스를 진행했습니다. 언젠가 MBC가 정상화되면 “더 나은” 뉴스를 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현장의 생생한 긴장감이 느껴지고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이 번뜩이는,균형 잡힌 공정한 뉴스를 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존재가 “라디오 뉴스 캐스터”들이지만, 집과 일터, 혹은 차 안에서 우리가 전하는 뉴스를 귀 기울여 듣고 있을 누군가가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프리랜서 계약직인 저희 라디오 뉴스캐스터들은 회사 일에 어떤 발언권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의 “기대와 믿음”을 “현실”로 만드는 행동에 동참할 수 있는 권한이나 의무도 없습니다.
오늘 무너진 공영방송을 되찾겠다며 기자 피디 아나운서를 비롯한 많은 사원들이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저도 더 이상 MBC 라디오 뉴스를 전하지 않겠습니다. 비록 프리랜서 신분이지만 오랜 시간 숱한 희생을 치르면서도 공정방송에 대한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들이 MBC를 다시 세우겠다고 떠난 일터에서 모른 척 뉴스를 읽고 있을 수 없습니다. 그토록 하고 싶은 일이었지만 영혼 없는 꼭두각시가 될 수는 없습니다. MBC가 계약을 해지하면 감수하겠습니다.
당장의 일은 물론이고, 돌아올 가능성도 없어질 수 있습니다. 다른 데서 일을 하게 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솔직히 불안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뉴스를 전하는 진행자로서 ‘양심’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양심을 지키기 위해 부당한 피해를 당해야 했던 많은 MBC 사원들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억울하게 상처 입은 마음들이 치유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고되고 위험한 환경을 가리지 않고 밤을 새우며 ‘진실’을 찾아다니는 언론인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MBC가 되기를 바랍니다.
MBC 노조원 여러분, 파업에 승리하여 MBC를 다시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영방송 마봉춘으로 만들어주십시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9월 4일
MBC 라디오 뉴스 진행자 김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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