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엠비시 사장.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보도통제·부당노동행위 책임자로 지목돼 사퇴를 요구받고 있는 <문화방송>(MBC) 김장겸 사장이 “절대 퇴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가 ‘공영방송 정상화’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김 사장은 23일 오전 열린 문화방송 확대간부 회의에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나를 비롯한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방송의 독립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권력과 언론노조에 의해 경영진이 교체되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구성원의 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것이다.
그는 문화방송 노조의 방송 정상화 요구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김 사장은 노조가 24일부터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한 것을 두고 “더 많은 프로그램의 제작 차질은 물론, 광고 등에도 심각한 타격”이라면서 “노조는 억지스러운 주장과 의혹을 앞세워 전면 파업을 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을 할 때마다 문화방송의 브랜드 가치는 계단식으로 뚝뚝 떨어졌으며 그때마다 경쟁사들이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 줬다”면서 “결과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낭만적 파업으로 과거의 잘못을 다시 답습하는 방식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언급했다. 문화방송의 문제를 노조와 파업 탓으로 돌린 것이다. 김 사장은 또 최근 제기된 ‘카메라 기자 블랙리스트 의혹’에 “본 적도 없는 문건으로 교묘히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로 연결해 경영진을 흔들고 있다.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며 “진정한 의미의 블랙리스트는 자신들의 성향과 다르다고 배포한 부역자 명단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정부의 ‘공영방송 정상화’ 움직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사장은 “공영방송이 무너지고 안 무너지고는 대통령과 정치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라며 “대통령과 여당이 압박하고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행동한다고 해서 합법적으로 선임된 공영방송의 경영진이 물러난다면, 이것이야말로 헌법과 방송법에서 규정한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이라는 가치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 등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하고, 문화방송을 바로 세우자는 구성원의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24일부터 29일까지 문화방송 노조는 파업을 위한 찬반투표에 나선다. 제작·업무 거부 의사를 밝힌 이들은 350명을 넘어섰다. 22일 오후에는 문화방송 기자 9명도 추가로 노조에 가입하고 제작거부를 선언했다. 이날 비제작 부서인 문화방송 경인·구로 지사, 심의국 등에서 일하는 피디 30여명도 오후 6시부터 업무거부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들은 “본래의 자리에서 쫓겨나고 유배당한 우리들이 요구한다”며 김 사장과 경영진의 사퇴를 촉구했다. 25일에는 문화방송·<한국방송>(KBS)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불금파티’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다.
한편 이날 문화방송 노조원 100여명은 노조에 소속된 이들을 업무에서 배제하려 한 혐의(노동법 위반 등)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을 고소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고 이사장을 비롯한 방문진 이사들이 문화방송 사장을 면접하는 과정에서 언론노조 소속 기자·앵커·피디의 현업 배제를 유도하는 발언을 했다는 속기록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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